멀쩡히 가족과 함께 살고 있던 사람이 연고가 없는 행려병자로 분류돼 정신병원에 몇 년씩 방치돼 있다 숨지거나 병세가 악화되는 일이 잇달아 일어났다.

관할구청과 경찰 등 관계기관이 성의를 갖고 신원확인 노력을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었던 불행이라는 점에서 개선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18일 수원시 장안구청 등에 따르면 1999년 8월께 실종된 가정주부 조모(당시 50)씨의 가족들은 8년만에 조씨가 오산의 한 노인병원에 행려병자로 수용돼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구청과 병원 등의 기록에 따르면 조씨는 실종 당시 정신분열 증세를 보여 장안구청이 행려환자로 분류, 오산의 정신병원에 수용했고, 2002년 7월 같은 법인의 노인전문병원으로 옮겨졌다.

조씨는 지난 4월 구청이 관리하는 행려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행려환자 서류목록에서 주민등록등본이 발견돼 2개월 가량 가족들을 수소문한 끝에 큰딸과 연락이 닿았다.

지난달에는 2001년 실종된 A(27ㆍ정신지체2급)씨가 같은 병원에서 행려병자로 입원해 있다 병원 출입문 관찰구에 머리가 끼는 사고로 숨졌다.

실종 나흘 뒤 분당에서 발견된 A씨는 경찰이 두 차례 신원조회를 했지만 확인되지 않자 집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정신병원에 6년 동안이나 수용돼 있다가 숨지고 나서야 신원이 확인됐다.

행려병자가 신고되면 경찰은 관할구청에 통보를 하고, 구청은 경찰의 신원조회 결과에 따라 무연고자인 것으로 확인이 되면 병원에 수용하고 의료급여 관리번호를 부여하게 된다.

행려병자가 치매나 정신병 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입원할 경우 병원은 정신보건법에 따라 6개월에 한 번씩 의사소견과 구청의 동의에 따라 '계속입원심사청구'를 해 도지사의 결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구청은 신고 때마다 행려병자의 연고를 재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A씨의 경우 6년 동안 정신병원에 있으면서 단 두 차례만 연고 확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망 직후 바로 신원이 확인됐는데 이전 두 차례의 조회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주민등록을 발급받지 않았을 경우가 아니면 경찰청의 전국망 조회를 통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확인될 수 밖에 없다"며 "(두 차례의 신원조회에서) 잘못이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씨의 경우 구청의 행려병자 서류에서 조씨의 주민등록등본이 보관돼 있었음에도 왜 진작 가족들에게 연락이 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해당 구청은 '담당자가 바뀌어 알 수 없다'는 답변만을 내놓았다.

장안구청을 상대로 감사를 벌인 수원시 관계자도 "애초 담당자가 주민등록상 연락처로 수 차례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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