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희 원장
2009년부터 국어 교과서 내용의 개편과 함께 논술 교육이 정규과정에 편입된다. 논·구술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대입제도를 소화해내기 위한 정부의 의지로 보인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아이들은 이젠 국어가 아닌 ‘말-듣-쓰-읽기’의 언어를 배우게 된다.

그런데 사실 논술은 다른 과목과는 달리 교과서가 없다. 이 말은 모든 과목이 논술 교과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대학이 제시한 논술도 교과서를 아우르는 통합교과형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이제 두 가지 눈으로 교과서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먼저 사회와 과학, 경제와 도덕 등 과목과 과목을 하나의 논제로 묶어볼 줄 아는 눈과 내용의 이해를 넘어 깊고 넓게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많이 목구멍으로 넘겼느냐?’보다 ‘얼마나 제대로 씹어서 소화했느냐?’가 논술이 요구하는 교과서를 보는 자세이다.

자신의 관점으로 교과서를 보자 

논`구술은 ‘독해→사고→표현’의 과정을 거친다.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입력→정보처리→출력이다. 이 중 어느 하나의 요소가 삐끗하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논술에서 교과서는 이 세 가지 기능을 모두 필요로 한다. 역시 가장 큰 핵심은 ‘관점 세우기’다.

서울대 정시논술에서 중학교 국어지문에 나왔던 박지원의 ‘일야구도하기’를 주관과 객관이라는 관점에서 출제했다. 관점 없이 교과서 내용만을 탐닉한 아이들에겐 논술이 언제나 부담될 수밖에 없다.

교과서는 논술에 있어서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배경지식과 함께 생각해 볼 논제를 무한히 지니고 있지만 중립적이라는 치명적인 약점도 함께 가지고 있다.

관점을 세워 내용을 소화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이 관점이 바로 자신의 프리즘으로 세상을 보는 비판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이다.

따라서 교과서식 태도를 따라가는 것은 자기 관점이 없다는 말과 같다. 자신의 색깔이 흠뻑 묻어난 논술이 가장 잘 쓴 논술이란 사실은 채점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종합적인 사고력을 키워라

교육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아이들에게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단지 교과서 내용을 가지고 관련한 시사와 도서를 연결해 교과서 내용의 의미를 심화하고 확장하는 데에만 주력한다.

교과서 안에서만 노는 습성을 벗어나게 하는 게 가장 급선무이다. 많은 내용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교과서 내용 중 뿌리가 되는 40~50개의 개념만을 뽑아 그 개념 중심으로 토론하고 논술한다. 가령 역사편에서 ‘영웅과 민중’을 개념의 뿌리로 두고 나폴레옹, 이순신, 시민혁명, 광주항쟁, 탄핵시위를 다루는 식이다.

논술은 배경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 배경지식은 평상시 교과과정과 독서로 쌓으면 된다. 논술수업의 정체성은 교과서 개념을 중심으로 관련된 지식들을 모아 각자 자기 관점을 세워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으로 족하다.

아이들을 교과서 밖으로 꺼내는 노력이 사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힘든 일이다. 내용만 알면 그만이라는 학습자세가 논술에서 가장 필요로 하고 있는 ‘자기화’를 가로막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추리→비판→창의’로 이어지는 4단계 입체적인 사고훈련으로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 가령 ‘관습’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교과서에 나온 ‘사랑손님과 어머니’의 기본내용을 파악하고, 이 같은 사회관습을 우리 주위에서 추리하고, 제사문제에 대해 자신의 관점으로 비판한 다음, 다른 관습을 찾아 창의적으로 관점을 적용해 보는 식의 수업은 아이들이 교과서를 입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과서는 세상의 수많은 지식 중에서 국가가 임의로 뽑아 수준별로 나눈 표준화된 지식일 뿐 지식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들이 교과서를 세상의 모든 지식인양 생각하고 거기서 만족을 얻으려는 그 관점부터 바뀌길 희망한다.

문의 1688-8214

기고/ 최은희 원장 (사)대한논리속독학회 영통교육원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