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화성행궁 전경.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화성행궁 앞 큰 느티나무아래 열댓명의 젊은 외국인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피해 앉아있다. 때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때론 은은히 풍기는 고궁의 멋에 취해 감상하는 그들은 행궁과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의 그림을 연출하고 있다. 그렇다. 1989년부터 복원되기 시작한 화성행궁이 2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 앞에 그 위상을 드높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 복원,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과정 속에서

행궁터는 지난 4월 사적 제478호로 지정됐다. 과거 정조가 1796년(조선 정조 20)에 화성을 축성한 후 팔달산(八達山) 동쪽 기슭에 행궁 27칸, 삼문 5칸, 좌변익랑 9칸, 우변익랑 6칸 등 총 576칸 규모로 건립했다. 역사는 효성이 지극한 정조가 부왕 장조(莊祖:장헌세자)의 능침을 참배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 행궁에서 쉬어갔다고 전한다.

화성행궁을 연구하는 화성사업소 김준혁 박사는 “화성행궁은 처음부터 별도의 독립된 건물로 건축된 것이 아니라 행궁과 수원부 신읍치의 관아건물을 확장하는 가운데 조성된 것”이라고 그 유래를 설명한다. 당시에는 봉수당과 경룡관· 복내당· 유여택, 신풍루(新豊樓), 집사청·서사청 등 많은 건물들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화성행궁의 주건물인 봉수당에 의료기관인 자혜의원이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훼손된다.

수원시가 편찬한 ‘수원화성행궁’에서는 “해방 이후에도 화성행궁 터는 일제 강점기 이후 큰 변화가 없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처럼 좀처럼 그 가치를 알지 못한 채 의미를 두지 않았던 화성행궁이 언제부터 복원돼 현재 우리 곁에 있게 된 걸까.

김준혁 학예연구사는 “화성행궁은 1975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국비를 들여 화성성곽을 복원하면서 이와 쌍벽을 이루는 행궁의 복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고 설명한다.

즉, 화성행궁복원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본격화 된 것은 1989년이다. 당시 사업추진본부장을 맡았던 윤규섭(72) 씨는 “당시 화성행궁 터에는 수원의료원 증개축이 결정돼 병원을 현대식을 개축하기 위한 설계공사가 완료된 상태”였다며 “만일 행궁 복원 전 병원건물이 들어섰다면 영원히 화성행궁은 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당시 상황을 전한다.

결국, 1990년 수원의료원이 이전되고 3년 후인 1993년 화성행궁 복원이 시정 중점시책으로 선정, 복원을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 봉수당 복원 후 325억원을 들여 2002년 장락당, 유여택, 경룡관, 신풍루 등 주요건물을 복원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3년 10월 화성행궁 개관식이 거행되면서 그 화려한 자태가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 혜경궁 홍씨의 진찬례가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는 화성행궁의 봉수당.
● 행궁 앞 광장의 활용과 관광루트 개발 필요

화성행궁은 지난 1989년부터 복원을 시작한 뒤, 현재 70% 정도의 복원율을 보이고 있다.

행궁은 복원된 이후, ‘궁중유물전시관’의 형태로 개편, 거의모든 전각에 정조시대 유물을 재현하고 있다. 봉수당에서는 혜경궁 홍씨의 진찬례가 과거의 모습 그대로 재현되고 있으며 장락당에는 혜경궁의 침전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이밖에도 봉수당 뒤로 행각에 환관과 나인들의 처소를 마련, 이들의 생활모습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시 관계자는 “2012년까지 화성행궁 복원 2단계사업으로 300억원 이상을 투입, 완벽한 화성행궁이 복원될 것”이라고 말한다.

일부 막대한 예산과 복원시기의 지연을 비난하는 여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준혁 학예연구사는 “화성행궁의 완벽한 복원은 단순한 건축물로써의 복원이 아니라 한국문화의 원형을 그 자리에서 재현하고 꽃피우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현재 신풍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운동장과 일부 행궁 옆 빌라 자리에는 별주(당시 궁중음식을 담당하던 곳)와 분봉상시(당시 의상실)가 그대로 재현될 계획이다. 이미 지난 4월 화성행궁 앞 광장조성공사에 앞서 행궁 주변 2만2천291여㎡에 대해 문화유적 조사를 벌인바 있다. 총 12억원의 예산을 들여 명당수 84m 구간을 복원했다. 또, 수원우체국이 이전되는대로 광장 중앙에 어로(왕이 다니던 길) 총 130m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이의동 신행정 타운에 화성을 그대로 축소한 1천평 규모의 수원화성 모형의 미니어처를 개발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화성행궁 앞 야외무대를 적극 활용, 4월-10월사이 화성국제단편영화제를 오픈하고 한류의 핵심상품인 가요를 중심으로 ‘화성 뮤직비디오축제’도 계획 중이다. 또, 현재 진행중인 장용영 수위의식과 무예24기 공연, 도자기제작 등의 ‘화성행궁 상설한마당’도 적극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준혁 학예연구사는 “화성행궁의 가치를 보다 높이기 위해서는 원형 그대로의 복원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체류형 관광지로의 전환과 관광 루트와의 연계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 수원 화성행궁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해설사의 안내를 받으며 행궁을 둘러보고 있다.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 세계 속에 거듭나는 한류콘텐츠로 발돋움

2007년은 정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10주년째이며 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정조를 주제로 선보이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 영화 ‘왕의 남자’에 이어 현재방영중인 드라마 ‘이산’(정조대왕)이 화성행궁을 배경으로 촬영되면서 하루평균 500~600명의 관광객들이 화성을 찾고 있다. 10월 중 영화관광지구 내 ‘왕과 나’세트장이 완공될 예정이며 현재 방영 중인 ‘이산’과 ‘왕과 나’이외에도 채널 CGV에서는 ‘정조 암살 미스터리’를 8일에 방영할 예정이다.

수원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화성 관광객수는 7십4만1천312명. 여기에 전 세계 연평균 인구 증가율 4.6%와 수원시 인구증가, 여가시간 확대, 소득의 증가 등 사회적 요인을 감안할 때 오는 2016년 연간 최대 관광객수는 1천만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시는 수원 화성행궁을 한류의 스타로 만들기 위해 국외시장별 홍보전략을 세웠다. 일본의 경우 10-20대 중심의 수학여행과 한류의 주역을 만들어내고 있는 20-30대의 젊은 여성층을 공략, 행궁관람과 함께 다채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는 여행목적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국과 동남아 역시 10-20대의 젊은층을 공략하고 대규모 쇼핑이 가능한 도시관광 중심지로 홍보할 예정이다. 미국엔 한국전 참전용사인 실버층을 대상으로 동양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고 이색문화체험도시로 홍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문예부흥시기와 효심으로 빛났던 정조의 해가 2007년 수원 화성행궁에서 꽃피우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