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 6일 새벽 4시50분께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H아파트 104동 505호에서 발생한 화재로 도시가스배관이 불에 타 새까맣게 그을렸다.

수원시 권선구 권선동 소재 H아파트 104동(182세대)에서 최근 5달새 연쇄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잇달아 발생해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3차례에 걸친 방화가 모두 일요일 새벽녘에 발생하자 ‘휴일 공포증’을 호소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를 조사해야할 경찰은 동일범의 연쇄방화로 추정되는 이 사건을 경미한 불로 보고 수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1일 H아파트 관리소 및 곡선 지구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새벽 6시께 이 아파트 104동 713호 현관문 옆 도시가스배관에 놓인 우산 2개에 불이 났다. 다행히 이웃주민이 발견·신고해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14일 오전 5시20분께 같은 동 603호와 708호 옆면 보일러실 주변 쓰레기봉투와 박스 등 적치물에도 화재가 발생했다. 또 5월 6일 새벽 4시50분께에도 각각 505호와 609호 앞 복도에 놓인 쓰레기봉투에 불이나 소방차가 출동했다.

입주민들은 “이날 불이 가스배관을 타고 올라가 하마터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 아파트(전체 6개동 1042세대)는 각 세대의 현관이 복도식 구조로 설계, 불이 난 복도 쪽에 도시가스배관이 연결돼 있어 가스 밸브까지 불이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부분의 가스배관이 불연성 소재로 제작돼 안전하지만 화재 등 안전사고의 경우, 가스 누출이나 가스밸브 파손 등 만일의 사태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 소방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불은 모두 경미한 재산피해를 내고 꺼졌지만 문제는 재산피해가 아닌 동일한 수법에 의한 연쇄방화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3차례의 화재 모두 같은 동 5~7층 사이에서 발생한 점과 휴일인 일요일 새벽녁 복도에 내 놓은 적치물에 불을 놓고 달아난 점 등을 미뤄 동일범에 의한 연쇄방화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 관리소 쪽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쪽은 방화의 원인을 각 세대에서 복도에 내 놓은 각종 생활폐품으로 보고 물건적치를 하지 않도록 예방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적치물에서 발생한 악취와 불편에 따른 불만을 품은 주민이 방화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화재가 발생한 5~7층 사이에 CCTV설치도 검토 중이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큰불이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경찰은 경미한 사항으로 치부해 방화범을 잡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어 큰 화재로 이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라고 하소연 했다.

주민들의 불안과 달리 이 사건을 담당한 곡선지구대에 확인한 결과 앞서 발생한 화재는 이미 사건종결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경찰은 같은 장소에서 동일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관리소 직원 및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재대로 조사조차 벌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경찰조사 기록을 공개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공개자료 요청 등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재산피해 및 화재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판단, 사건을 일찌감치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대 관계자는 “사건의 유관성이 있는 만큼 사건을 접수 받아 남부경찰서로 이관할 예정”이라며 “재산피해와 상관없이 연쇄방화의 가능성을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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