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발전 위해 뽑아 놨더니 정치인들 꽁무늬 쫓기에 더 바쁘다. 궂은 일엔 뒷전이고 총선 유력인사에 줄서기와 정당활동에 치중하는 세태가 꼴 사납다.” (권선구 세류동 박모(35) 씨)

수원시민들이 뿔났다. 4.9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수원지역 광역·기초의원들이 총선 예비후보의 선거 활동에 시정활동은 뒷전이다. 이들 시·도의원들은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비롯해 정당 지역협의회 차원에서 총선 지원에 나서는 등 예비후보 못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도의회는 이미 개회했고, 수원시의회 임시회도 불과 20여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도의원들의 이 같은 행보에 지방의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개소식 및 행사장 참석은 기본… 사무실 제공까지

권선구 출마 한나라당 한 예비후보의 경우, 해당 선관위에 제출된 선거사무실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 ○○○ 도의원 사무실입니다”란 통화 연결음과 함께 “○○○예비후보 사무실입니다”라는 사무원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아예 선거사무실을 공용으로 사용하며 전폭지지에 나선 것이다.

영통구에 출마한 A의원 곁에는 항상 1~2명 이상의 시·도의원들이 수행한다. 영통 지역구 출신 같은당 소속 도의원은 대놓고 이 예비후보의 일정에 뛰어들었다. 각종 유력 신문사 방문이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가리지 않는다. 정가에선 MB계열의 유력 정치인에 줄을 대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져 나온다.

사정은 이 지역구 시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수시로 A 예비후보의 민생현장 일정에 동참하며 눈도장찍기에 여념이 없다. 영통구지역 당협위원장 출신인 B예비후보에 대한 의리로 양쪽을 번갈아 오간다.

도의원 출신 권선구 한나라당 C 예비후보. 과감히 도의원직을 사퇴하고 예비후보로 나섰다.

C 예비후보는 “권선구 주요 현안인 비행기 소음피해, 농수산도매시장 이전 등을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그것도 모자라면 신발이라도 내팽겨 치며 열심히 뛰겠다”고 했다.

● 사퇴공백에 척사대회 등 들러리도

한나라당 공천신청자가 많은 권선과 장안의 경우 이런 일은 더욱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새해들어 각동마다 척사대회 및 민속한마당 등 각종 행사에 함께 얼굴을 드러내기가 극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마다 개최되는 척사대회는 예비후보나 지역 시·도의원들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최적지다. 예비후보는 얼굴알리기에 효과적인데다 지역 시·도의원들은 예비후보를 지원하고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화성행궁 앞 광장에서 열린 ‘대보름맞이 민속 한마당’이 대표적 사례다. 좀처럼 찾아 볼수 없는 1천여명이 운집한 대규모 행사에 현역 국회의원을 비롯해 유력 예비후보들이 총출동하자 시·도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洞행사 참석 일정도 모자라 총선 홍보에도 동원되기도 한다. 권선구의 D시의원은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 참여로 바쁘다”며 “행사 참석 요청을 일부러 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는 통합민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E시의원은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압박감이나 부담은 덜하지만, 정당에 소속된 입장에서 같은 당의 총선 활동을 지원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당 차원에서 도움을 요청할 경우 지원에 나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정당공천제가 원인… 도리없다

이같은 현상은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도당 당직자에게 ‘찍히지 않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정당활동에 공헌해야 한다. 정당행사나 주요 인사들의 행보에 동참하지 않았을 경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때문이다.

“지난 2006년 풀뿌리 민주주의 기반 확립을 위해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의 정당공천 배제를 위해 온 몸을 던졌으나 좌절된 뒤 탈당과 정계은퇴를 고민한 바 있다.”

불출마 선언과 함께 대통합민주당을 탈당할 당시 심재덕 의원은 이 같이 밝혔다. 이미 내부에서도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각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지역발전 저해라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 지원으로 인한 수원시의원들의 의정활동 부실은 당장 다음달 10일부터 열리는 수원시의회 253회 임시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정질의와 조례 안건 심사, 현장방문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상정된 안건을 얼마나 꼼꼼히 살피고, 시 예산감시 활동에 충실할지는 미지수다. 더 신경을 쓰는지 본연의 임무에 열심인지 시민들은 지켜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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