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열풍이 일고 있다. 나도 걷기의 매력에 빠진 사람 중의 하나다.

이를 반영해 각 지역에서는 걷는 길을 가꾸어 놓고 지역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표적인 길은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등이다.

제주 올레길은 제주도에 갈 때마다 잘 알려진 몇 코스씩 걷곤 한다. 지리산 둘레길은 몇 년 전부터 가려고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 길을 나서지 못했다.

수원과 인근 지역에도 걷기 좋은 길들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길은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다. 광교저수지 둘레를 걷는 코스인데 서쪽은 등산로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지만 험하지 않아 간편한 차림으로도 산책같은 등산을 즐길 수 있다. 동쪽 수변엔 나무 데크를 깔아놓아 걷기 편하다. 여기를 한바퀴 돌고 나서 운동량이 모자란다 싶으면 광교산 13번 버스종점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버스가 다니는 큰길에서 광교천을 건너면 걷기 좋은 시골길이 있어 항상 이 길을 이용한다.

수원화성둘레길을 걷는 관광객들.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화성둘레길을 걷는 관광객들.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화성 성곽둘레길도 추천한다. 평지성과 산성이 섞여 있으므로 운동량도 충분하다. 성벽 위보다는 성 둘레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한다. 가다가 만나는 장안공원의 단풍과 동공원의 억새꽃, 팔달산 솔숲의 향기가 매력적이다. 용연 주변에 소풍 나온 젊은이들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높지 않은 칠보산 능선을 따라 걷는 산길과 수원천길도 내 단골 산책길이다. 원천저수지와 신대 저수지 주변을 잇는 둘레길과도 사랑에 빠졌다.

지난 2000년 4월엔 당시 심재덕 시장과 함께 이틀에 걸쳐 수원시 경계를 따라 걸어본 적도 있다. 지치지도 않고 맨 앞에 서서 씩씩하게 걷던 심 시장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그처럼 건강하던 분이 그리 빨리 우리 곁을 떠날 줄은 몰랐다. 90은 훨씬 넘도록 사실 것 같았는데.

앞에서 밝힌 것처럼 제주 올레길이 유명세를 타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우리나라 지방정부들은 경쟁적으로 걷는 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일부 길들은 걷고 싶지 않다. 주제가 없고 개성도 없으며 볼거리도 없는 지루한 길들도 많다. 힐링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준다.

수원엔 팔색길이란 것이 있다. ‘수원 뚜벅이’를 자처하는 내가 아는 길들이다.

▲수원一色 모수길 : 수원시민과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도심 속 생명의 길 ▲수원二色 지게길 : 광교저수지의 수려한 자연풍경을 연결하는 수원의 대표적인 풍경길 ▲수원三色 매실길 : 자연하천과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생태자연길 ▲수원四色 여우길 : 광교저수지와 원천저수지를 연결한 녹음이 푸르른 길 ▲수원五色 도란길 : 영통 신시가지 메타세콰이어길을 연결한 녹음이 풍부한 가로수 길 ▲수원六色 수원둘레길 : 수원시와 타지역과 경계가 되는 길로 녹음이 풍부한 길 ▲수원七色 효행길 : 정조대왕이 부왕(사도세자)의 현륭원을 참배할 때 왕래하던 길 ▲수원八色 화성성곽길 : 자랑스런 수원 화성을 거니는 역사·사적길

왜 팔색길이라고 했을까? 수원팔경에서 따온 것일까? 과연 이 길들이 각각의 특징 있는 색을 가지고 있을까?

여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밝히기 보다는 인터넷 검색 결과를 소개한다.

“인쇄한 약도를 빠뜨리고 가서 답답했으나 가져가도 별 도움 안됐을 것 같다. 호수공원 지역 외는 신경을 바짝 쓰고 가도 여러 번 되돌아왔다.”

“길을 잃었다. 같은 신호등을 3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더웠고 지쳤고 재미없었다.”

“그늘이 없는 또랑길인지 도란길인지를 걷고 있다. 도란길이고 뭐고 집에 가자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내가 다른 동네 한 바퀴를 지하철 1시간 넘게 가서 돌다 온 느낌이다.”

“여기를 왜 굳이 코스에 넣었을까 싶은 시가지 코스도 많아서 완주에 욕심이 없다면 가족들 데리고 여우길과 지게길, 화성성곽길 3코스정도 추천 드립니다.”

“효행길은 전체적으로 여기를 왜...라는 의문점이었고...”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 동공원의 풍경. (사진=김우영 필자)
억새꽃이 장관을 이룬 동공원의 풍경. (사진=김우영 필자)

물론 전기한 것처럼 광교저수지 수변 산책로나 수원화성 둘레길, 원천저수지와 신대저수지 산책길 등 나는 물론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코스들도 많다.

그러므로 굳이 ‘팔색길’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수원의 문화와 역사가 있는 길, 걸으면서 쉼을 얻을 수 있는 길, 수원과 잘 어울리는 길을 찾아 다시 선정하는 것이 어떨까?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시민들이 매일 걷고 싶은, 관광객들이 반할만한 길을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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