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기록하는 사진가회’(수기사)라는 모임이 있다. 대부분의 사진 단체들이 사진의 ‘미학’적인 부분을 중요시 하지만 이들은 ‘기록’을 중시한다. 물론 기록사진이라고 해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름다움의 관점은 조금씩 다르다.

수기사 회원들의 사진에서는 사라져 가는 것들, 가난했지만 허름하고 작은 집속에서나마 행복했을 가족들의 모습이 있다. 비록 지금은 주름 많은 얼굴과 허름한 차림의 노인모습이지만 한때는 화양연화(花樣年華),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그들의 사진엔 읽을거리가 있다. 그들의 사진은 이야기다. 소설이고 시다.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예술공간 아름'에서 갖고 있는 수기사의 2022년 회원전 주제는 ‘매탄주공(4·5단지) 아파트’다. 영통구 인계로 165(매탄동 897번지) 일원에 자리한 이 아파트는 1985년에 완공됐으니 37년이나 됐다. 57개동 2440세대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로, 전체 면적이 22만2842㎡에 달하는데 재건축을 위해 올해 모두 철거될 운명에 처해 있다.

이에 강현자‧김미준‧고인재‧남기성‧박종철‧서금석‧이연섭‧이선주‧이병권‧이장욱‧한정구‧홍채원 등 수기사 작가들이 사라져가는 이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본보(6일자) 기사는 "누군가의 40여년 일터였고 삶터였던 흔적과 추억의 기록이다. 주민들의 일상도 있고, 이사 가는 날의 모습도 있다. 그곳에서 동고동락해온 주민들도 있다. 드론으로 아파트 전체를 조망한 작품들도 있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2022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이장욱 작가는 ‘경비원, 조씨’라는 제목으로 개인전도 연다.

수기사는 지난 2008년 12월 수원을 사랑하는 사진작가 10여명이 결성했다. 사라지기 전에 수원 곳곳을 사진으로 기록해 남기자는데 동의한 사람들이다. 지난 2011년 연무동, 고등동, 고색동, 세류동 등을 찾아 기록한 사진들로 북수동 대안공간 눈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지동 사진도 같은 해 11월 제일교회 안 종탑 전시장에서 공개됐다.

2012년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기록 2, 다큐멘터리 수원’, 2013년 ‘골목전’을 열었고 2014년엔 수원천의 생태와 자연환경, 수원천을 따라 형성된 시장과 마을사람들을 담은 ‘왔다리, 갔다리 수원천전’, 2016년 ‘골목길 탐방전’을 열었다. 2016년엔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기념해 62.2km에 달하는 정조의 능행차길을 답사하며 찍은 ‘왕의 길-정조대왕 원행을 보다’전도 선보였다. 2017년에는 호매실 그리고 수원, 수원의 전통시장과 사람들전, 2018년엔 ‘이주 - 인계동 팔달주택재개발구역 전’을 열었다. 2019년에도 '기억-매교동(팔달재개발구역)'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해 주목을 끌었다.

다양한 시각으로 사라져 가는 수원의 옛 모습을 기록한 이들의 사진은 살아 있는 ;수원시사;다. 이처럼 소중한 일을 해내고 있는 이들에게 수원시에서 가능한 지원을 해주는 게 옳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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