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더해 경제적 한파까지 계속되고 있는 요즘 모처럼 훈훈한 소식이 들렸다. 태국인 노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미숙아가 아주대학교병원의 도움 덕분에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관련기사 본보 7일자)

지난 10월 30일 태국인 노동자 산모가 갑작스럽게 진통을 겪는다는 출동요청이 119구조대에 접수됐다. 산모는 아주대 병원에 긴급 후송돼 제왕절개술을 받고 각각 1.59㎏, 1.76㎏ 미숙아 쌍둥이를 출산했다.

이후 산모와 쌍둥이 모두 건강을 회복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응급출산 수술비와 인큐베이터 등 신생아 집중치료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한 것이다. 부부가 출산에 대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원 인근에서 농사일을 해오면서 출산을 준비했으나 예상치 않은 상황을 맞아 비용이 크게 부족했다. 사회복지 후원기관으로부터 1차 진료비 지원을 받았지만 집중치료실 비용은 이들이 엄두를 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아주대병원이 나섰다. ‘아주사회사업기금’에서 2000만원을 후원키로 한 것이다. 아주사회사업기금은 1997년 아주대병원에서 인턴을 처음 시작한 젊은 의사 54명이 매월 급여에서 1만원씩 모으면서 시작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을 돕자는 취지다. 2000년부터 이들의 뜻에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 등 여러 교직원이 동참, 아주사회사업기금이 결성됐다. 20년 넘게 자발적으로 매달 급여 이체를 통해 5000원부터 수십만원까지 기부하고 있다. 이 기금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자 수백명을 지원했다.

아주대병원의 도움으로 쌍둥이 아기들은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태국 부모와 아기들은 한국과 아주대병원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아주대병원은 2021년부터 ‘아주 특별한 손 내밀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수원과 인근 지역에 많이 살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족을 대상으로 매월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펼치고 있으며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산모와 그 자녀를 돕고 있다. 그야말로 ‘인술(仁術)’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와 안산시, 화성시 등에는 이주노동자가 많은데, 의료비 부담, 불법체류 등의 이유로 병원 방문을 망설인다. 이로 인해 많은 산모와 신생아가 건강 사각지대에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말이다. ‘아주 특별한 손 내밀기‘는 이런 가정을 돕기 위한 것이다.

생명만큼 소중한 것이 어디 있을까. 환자가 불법체류자일지라도 생명 존중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아주대병원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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