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이다. 우리 현대사의 어느 해인들 슬픔과 고통이 없었던 해가 있었으랴만 지난 한 해 역시 행복과 불행, 희망과 걱정이 격렬하게 교차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것이 시간이라고 했던가. 어김없이 임인년(壬寅年)이 저물고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무심한듯 지나는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날짜를 정해 새 출발을 알리는 첫 날이다.

이 아침, '구일신 일일신 우일신(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진실로 새로워지기 위해서는, 날마다 새로워야 하고 또 새로워야 한다"는 경구(警句)를 떠올리며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 본다. 올해도 우리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아 보여서다. 때문에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하며, 내일을 위한 각성과 노력을 다짐하고 싶은 것이다.

거시적으로 봐도 그렇다. 새해에는 국내외 정세가 거칠게 소용돌이 치며 우리에게 선택과 적응을 강요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사회로 눈을 돌려봐도 지난해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사회갈등이 더 고조되고 경제상황은 더욱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서다. 거기에다 끝나지 않은 코로나 후유증과 해방구가 보이지 않는 정치적 혼돈마저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희망을 얘기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올해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다. 진영논리를 내세우는 갈등과 대치, 그 틈바구니에서 서로 싸우며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기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일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예상에 비춰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정치를 걱정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반복될 개연성도 높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는 국민들로서는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올해는 이러한 구태((舊態)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현실은 '글쎄'다.

그렇다고 희망까지 놓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희망을 찾기 위해선 올 한해 국민들의 깨어 있는 주권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민심에 역행하거나 자격이 없는 정치인, 특히 그 같은 국회의원을 가려 낼 줄 아는 안목을 최대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내년 선거에서 올바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우리의 삶과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국회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잃어버린 우리의 새로운 희망을 일부나마 찾을 수 있다.

아울러 정치인들과 위정자들도 입으로만 나라 걱정을 외치는 구습(舊習)에서 벗어나는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정치의 요체는 시대적 과제를 수행하거나 당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신뢰와 이해의 지지를 얻는 일이다. 이같은 인식은 대통령에서부터 광역.기초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선출직은 모두 가져야 하는 덕목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과 언론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좀더 겸손해지는 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거기에 높은  수준의 소명의식과 윤리적 책임을 겸비해야 진정한 리더십도 발휘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실랄히 비판한 지난해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잘못)의 깊은 뜻이 새해에 새롭게 다가온다.

올해는 토끼의 해다. 토끼의 상징은 부지런함과 예민함이다. 상황을 인식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도 포함된다. 토끼는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사는데 굴을 한 개가 아니라 세 개 이상 파는 습성이 있다. 이러한  토끼의 생존 전략은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았다. '현명한 토끼는 굴을 세 개 파 놓는다'는 뜻이다. 완벽한 준비 뒤에는 뜻하지 않은 불행이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새해엔 국민을 위한 정치인과 위정자들이 이같은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중국의 대 문호이자 사상가 루쉰(魯迅)은 이같은 글을 남겼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올해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이러한 길을 만드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이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건강한 한 해가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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