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출소 후 화성시 봉담 원룸촌으로 이사한 뒤 지역 민심은 발칵 뒤집혔다. 박병화는 임신부를 포함한 여성 10명을 연쇄 성폭행, 15년 옥살이를 마치고 출소해 이곳에 입주했다. 정명근 화성시장과 화성시민은 박병화 등 성범죄자의 퇴거 및 거주제한 문제에 대해 정부의 대책을 요구해왔다. 화성시와 주민들의 퇴거요구는 지금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 화성시는 계약을 무효로 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며 건물주도 당사자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주민들은 교육 밀집지역인 이곳에 성폭행범이 사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한다.

박병화가 화성시로 전입한 직후부터 시와 주민들은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53회에 걸친 박병화 퇴거 촉구 집회와 5만 명 국민동의 청원을 진행했다. 국회 및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을 방문해 박병화의 퇴거 및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명근 시장이 누구보다 앞장섰다. 정시장은 성범죄자의 거주지 제한, 전자장치 부착기간 강화, 전담 보호관찰관 지정 등 규제마련과 지자체장의 각종 권한 신설, 고위험 성범죄자 등에 대한 보호수용제도 도입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이처럼 주민과 화성시의 적극적인 요구에 법무부가 응답했다. 법무부 장관 신년사에서 ‘제시카법’ 도입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2005년 2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당시 9세였던 여자어린이 제시카 런스포드가 성범죄 경력이 있는 옆집 남자에게 납치된 뒤 성폭행 후 살해당한 사건이다. 플로리다주는 아동 성범죄자는 초범이라도 25년 징역 이상, 재범은 무기징역 선고를 원칙으로 하고, 출소한다고 해도 평생 전자 위치 추적 장치를 착용해야 하는 ‘제시카 법(Jessica's Law)’을 제정했다.

이에 앞서 1994년 당시 7세였던 메건 칸카가 이웃 성범죄자에게 납치·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메건법'이 제정됐다. 누구나 인터넷으로 성범죄자의 이름, 나이, 주소, 직장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국제 메건법’을 시행하면서 여권에 성범죄 전과기록을 명시하도록 했다. 아동성범죄자의 해외여행을 단속하기 위한 것이다. 미 텍사스주 등은 성범죄자의 집과 차량에도 성범죄자 표지를 부착한다.

성범죄자에 대한 법과 제도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박병화가 사는 화성시와 조두순이 사는 부천시 주민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은 보다 강력한 성범죄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법무부가 제시카법을 언급한 만큼 성범죄자의 재범방지, 퇴거 및 거주제한 문제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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