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만큼 우리와 친숙한 동물은 드물다.  속담, 우화, 동요에도 수없이 등장한다. 

그 속에서, 거북이와 경주를 하고 달에서 방아도 찧는다. 바닷속 용왕을 만나 기지(機智)를 발휘하며  호랑이 없는 굴에선 왕 노릇도 한다.

최근엔 가장 무서운 동물로도 등극(?) 했다. '깡' 과 '총"이 있어서 그렇다나.

그 뿐인가. 강한 번식력으로 다산과 번성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인식돼 있다. 반면 꾀 많고 불성실하며 교활함도 겸비했다고 해서 미운털도 박혀 있다.

하지만 미워할 수만 없는 것이 또 다른 토끼의 매력이다. 오늘날에도 다양한 이미지로 쓰인다.

각종 어린이용품 및 생활도구 디자인에도 활용되고 있다. '토끼 같은 자식' 처럼 좋아하는 아이들의 생김새를 토끼에 비유하기도 한다.

의학적으로도 토끼에 대한 관심은 더 호의적이다.  약물이나 치료법 실험에 많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흔히 실험용 동물하면 흰 쥐를 생각하지만 최근 이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체구가 쥐보다 크고, 혈액량도 많고, 혈관도 쉽게 찾을 수 있어서다.

또 다루기 쉽고 번식력이 좋아 세대로 이어지는 연구에도 많이 활용된다.

‘토끼 효과’라는 말도 이같은 연구 결과물이다. 이 말은 '다정함이 심장 건강을 좋게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과학자들이 고지방 식이와 심장건강과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토끼로 실험을 했다.

두 그룹으로 나눈  토끼에게 매일 고지방 음식을 제공하고 혈관상태 변화를 확인했다. 그런데 한 토끼 그룹은 예상과 달리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고지방 식사를 주면서 칭찬과 애정을 함께 쏟아 그렇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같은 조건으로 비교 실험을 여러번 한 결과였다. 3년전 뉴욕 컬럼비아대학 정신과 교수가 소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우리와 친숙한 토끼가 알게 모르게 인류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토끼는 한 번에 4~12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다산의 상징이다. 5~13년을 사는 토끼의 임신기간이 평균 30일이라고 하니 일생 얼마나 낳는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더군다나 암토끼는 생리를 하지 않으며 출산 직후에도 임신이 가능하다니 동물로서 경이로울 정도다.

물론 숫토끼의 역할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호색한(好色漢)의 상징으로 취급된다. '플레이보이' 캐릭터도 그 중 하나다.

고개숙인 남성의 상징으로 여기는 우리네 정서와 사뭇 다르다.

지능이 50으로 호랑이의 30, 거북이의 10보다 월등히 높다는 토끼는 지혜도 뛰어나다.

토끼는 굴을 파고 그 안에서 산다. 헌데 굴을 한 개가 아니라 세 개 이상 파는 습성이 있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불행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토끼만의 전략이다. 이러한 토끼의 생존 법칙은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았다.

이처럼  완벽한 준비 뒤에는 뜻하지 않은 불행은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계묘년(癸卯年), 사랑과 다정함으로 건강을 챙기며 찾아오는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는 지혜를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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