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5일 평택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당시 출동했던 송탄소방서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지난해 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 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 소방관 순직현황’을 보면 2011년부터 2022년 1월 14일까지 화재‧구조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55명이었다. 한 해 평균 5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같은 기간 화재 진화‧구조‧구급 등 소방 활동 중 부상당한 소방관은 총 4219명이나 됐다.

이처럼 위험한 현장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뛰어들었지만 정작 소방관들은 자신을 지킬 열화상카메라나 무전기 등 필수 장비조차 충분히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용호 의원은 “안타까운 소방관의 순직과 공상(公傷)을 예방하려면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하고 소방당국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실태를 파악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소방관 순직현황 자료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15명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강원 10명, 경북·울산·충남 각 4명 순이었다. 경기도의 소방공무원 근무여건이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경기도소방에 걸려온 119신고접수 건수다. 지난해 경기도소방에 걸려온 119신고접수는 253만 744건이다. 하루 평균 6934건, 1시간 평균 289건, 1분당 4.8건이 접수됐다. 이는 전국 최다 신고 건수다. 2021년 같은 기간 241만 4262건과 비교하면 4.8%(11만 6482건) 증가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접속‧무응답이 전년대비 30% 가까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의 최일선에 서 있는 소방행정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부족한 인력이다. 소방대원들에게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의 원인은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장비다. 이태원 참사 당일 현장에 출동한 바 있는 한 소방대원은 기자회견에서 서울 소방관 7000여 명 중 119구급대원은 1000명밖에 안 된다면서 “근무 들어가면 밥 먹고 차 마실 시간도 없다”고 근무환경의 열악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방관들은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져가고 있다. 소방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5만3980명 중 5.7%(3,093명)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겪었다고 한다. 전체의 4.4%(2,390명)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예산은 여전히 제자리다. 대형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인력충원과 지원계획을 발표하곤 한다. 언제까지 공수표만 남발할 것인가.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