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만큼 할 이야기가 많은 기호식품은 없다. 맛과 멋 · 낭만 · 추억 · 효능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문화’여서다.

이미 오래 전에 알려진 질병예방 효과도 대표적 얘기 거리중 하나다.

특히 심혈관 질환, DNA 손상 감소, 노인성 질환과의 상관 관계도 의학적으로 증명된바 있다.

그래서 '커피' 는 '무엇 무엇에 좋다'라는 보편적 상식도 시중에 넘쳐난다. 

커피를 처음 마셨다고 알려진 오스만 터키제국 사람들은 일찌기 이를 믿으며 약효를 확신한 것으로 유명하다.

담석, 통풍, 천연두, 홍역, 기침 치료제로 썼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그런가 하면  11세기 초 아라비아의 의사들은 커피가 ‘위장의 수축을 부드럽게 하며 각성 효과가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17세기 유럽의 의학자들도 커피를 몸에 이로운 약으로 여겼다. 당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활동했던 의사 ‘알피누스’는 “커피는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특효가 있다”고 했다.

이보다 훨씬 이전인 2세기경 로마 고대 도시 페르가뭄에선 의사들이 사람의 체질에 맞춰 커피를 처방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커피가 18세기 초까지 의약품으로 더 많이 이용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반면 커피가 건강에 해롭다는 주장도 많다. 그 중 하나는 신경쇠약을 일으키고, 위액의 변화를 가져오며, 경련·중풍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커피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본격 확산된 것은 카페인 섭취가 인체에 해롭고 커피에 카페인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다.

따라서 한동안 ‘커피' 하면 '카페인’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기피' 음료로 전락하기도 했다.

불과 한 세기 전의 일이다. 편견은 적당량의 카페인이 이뇨작용과 정신을 맑게 하는 각성효과 및 집중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식됐다.

'한국인의 달달이'라 불리는 '믹스커피'도 얼마 전 이런 오해를 푼 커피중 하나다. 우리나라 성인들이 워낙 많이 마시는 까닭에 '성인 당류(糖類) 섭취의 주범'으로 지목됐었다.

3년전 통계지만, 커피를 자주 마신다고 응답한 설문자 중 남성의 경우 75%, 여성은 65%가 믹스커피를 즐겨 마신다고 답했다. 

잔 수로치면 성인들이 커피를 1주에 12.2잔, 1년에 약 630잔 마시는데 이 가운데 40%가 믹스커피인 셈이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도 우리나라 성인(19~64세)이 1주일 중 5일 이상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식품은 믹스커피가 31.2%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믹스커피는 커피와 프림, 설탕의 배합비율이 1대3대2로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성인들이 가장 많이 섭취하는 당류라는 오해를 받은 것이다.

믹스커피에는 설탕이 포함돼 대사증후군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이 불러온 오해는 바로 풀렸다.

비슷한 시기  한국식품과학회가 “믹스커피를 즐겨도 대사증후군 발병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학회는 40~69세 성인남녀 13만 명의 검진 결과를 토대로 커피의 종류 및 섭취량 빈도에 따른 대사질환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도 근거로 내놨다.

믹스커피 섭취자, 블랙커피 섭취자, 커피 미섭취자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통계치도 밝혔다.

지금은 원두커피에 지존자리를 내준 믹스커피지만 한국인의 절대 사랑, 특히 K-식품으로서 동남아인들의 사랑은 아직도 식지 않고 있다.

최근엔 달달함을 간직한 다양한 드립 커피들이 매장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믹스커피를 대신하고 있다.

.커피공화국이라는 별칭답게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나다.

2020년 기준 연간 커피소비량이 551잔 프랑스에 이어 367잔으로 2위다.

세계 평균이 161잔이라는 사실을 볼때 2배 이상 커피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인구 100만명당 커피점 수도 한국이 1384개로 일본(529개), 미국(185개)보다 훨씬 많다. 4개 대형 편의점 체인에서만 연간 5억잔 이상 분량의 원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하다보니  한국형 카페 문화도 속속 등장했다. 스터디 카페, 애견 카페, 북 카페, 빵 카페 등 ‘카페화’한 신종 업종도 생겼다.

이도 모자라 직접 커피를 내려 먹는 마니아층도 계속 두터워지고 있다. 거기에  카페 맘이니 홈 카페족이니 하는 다양한 유형어까지 더해지고 있다..

최근 지난해 커피 수입액이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전년 대비 45%나 급증했다는 내용이다.

덕분에 국내 커피시장 규모도 13조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여전히 시중 커피값의 거품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새해들어 다시 한번 '커피 파워'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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