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법무부에 체납자 304명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지방세 3000만원 이상 고액체납자나 고질·악성 체납자 가운데 해외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도피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체납액은 모두 422억원이나 된다. 도내 지방세 3000만원 이상 체납자는 8190명이다. 도는 이 가운데 유효여권 소지여부, 외화거래내역, 출입국 사실 및 생활 실태 등을 전수 조사한 뒤 출국금지 명단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세금을 내지 못하는 생계형 서민체납자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코로나19는 서민형 사업자들을 부도와 휴·폐업으로 내몰았다. 중소기업도 사람을 줄이거나 문을 닫아 실직자가 양산됐다. 이처럼 어려워진 경제사정으로 세금을 못 낼 형편에 처한 서민들은 공공요금도 밀리기 일쑤다. 이에 경기도는 ‘생계형 체납자’들을 발굴해 복지 서비스에 연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그러나 세금을 낼 능력이 있는데도 조세를 회피하려는 고액·고질·악성 체납자도 많다. 재산을 은닉하거나 제3자에게 증여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이에 각 지방정부는 징수 전담 부서나 징수 TF를 만들어 매년 체납자들을 철저히 추적해 징수·압류 등 강력히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질·악성 체납 행위는 뿌리 뽑히지 않는다. 도가 공개한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힐 뿐이다. 세금 납부능력이 분명히 있음에도, 세금을 회피하는 비양심적 체납자들이 이리 많다니.

한 전직 부동산 분양·매매업자는 2013년부터 지방소득세 등 약 27억9000만원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세금조차 내지 못한다는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3년 이상 해외에 체류 중이다. 조세 부과 전 오피스텔 3채를 매매한 정황도 있다. 전직 유명 스포츠선수는 지방소득세 4800만원을 체납했음에도 해외를 드나들면서 여러 차례 해외로 외화를 송금했다. 생계 곤란을 호소한 지방소득세 6억5000만원 체납자는 집에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있었으며 가족들이 빈번하게 해외를 드나드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집에선 현금 4000만원과 귀금속이 나왔다.

도 관계자의 말처럼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납세의무를 외면하고 윤택한 생활을 누리는 체납자들을 엄중히 추적”해야 대다수 성실 납세자들이 박탈감을 갖지 않는다. 세금 체납은 공동체 질서를 해치는 ‘불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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