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오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불이 나 5명이 사망했고 3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화재 현장 영상은 공포스러웠다. 왕복 8차선 도로 모두 엄청난 화염에 뒤덮였고 유독가스들이 가득 차 있었다. 플라스틱 천정이 녹아내린 불꽃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지옥도였다.

화재 사망자들은 화염과 독성가스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참변을 당했다.

목격자들은 불길이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벽으로 옮겨 붙었고 이후 빠르게 번졌다고 증언한다. 방음터널에 사용된 재질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다. 폴리카보네이트는 고온의 열이 장시간 가해질 경우 불에 탄다. 유독가스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선진국들은 방음터널에 불에 타지 않는 소재를 사용한다는데 우리나라에는 관련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방음터널 화재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8월 20일 수원시 영통구 하동IC 고가차로에서도 불이 나 200여m가 훼손됐다.

이틀 전인 8월 18일 동부대로(지방도 311호선) 수원 방면 4지하차도 방음터널에서 불이 나 터널 도로 면과 벽면, 천장 방음 패널 등이 탔다.

그런데 도로상의 방음터널에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전통시장이나 상가의 골목위에 설치한 아케이드도 화재 위험이 크다고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156개 전통시장 가운데 아케이드가 설치된 곳은 74개인데 대부분이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과 같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이에 도는 오는 19일까지 수원시 못골종합시장과 안성시 안성맞춤시장을 표본감사 대상으로 선정해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에는 시민감사관들이 투입됐다. 이들은 소방분야 기술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감사반은 계획단계부터 결과보고까지 참여했다.

앞으로 수원시 못골종합시장과 안성시 안성맞춤시장 뿐 아니라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시장을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하기 바란다. 아울러 추후 설치 시에는 안전 규정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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