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우리 선조들은  결혼적령기를 몇 살쯤이라 생각했을까.

유교 경전(經典)인 주례(周禮) 에 “남자는 30세에 장가 보내고, 여자는 20세에 시집 보낸다” 했다.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그것도 남자가 나이가 많고 여자를 열 살이나 어린 연령층으로 정했나 의문이 남는다. 

송기호 서울대 교수가 쓴 '가족과 의식주'라는 책을 보면 답이 보인다.

후한시대 역사가 '반고'는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고 적고 있어서다. 양도(陽道)는 느리고 음도(陰道)는 빠르기 때문이라고. 여기서 양·음도는 남녀의 생식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남자 30세면 근력과 뼈가 단단해져 아버지가 될 수 있고, 여자 20세면 피부가 살지고 탄력이 생겨 임신해 어머니가 될 수 있어서라고도 했다.

현대에 와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한가임력보존학회가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중반에 가장 높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이어 35세가 되면 급격히 감소하고 40세 이상이면 임신 가능성이 5% 정도로 낮아진다는 부연 설명도 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늦지 않은 나이에 결혼하고 출산하는 게 의학적으로 가장 바람직하다는 것이 통설로 돼있다.

일찍 자식 보기를 갈망했던 선조들 덕분에 과거엔 조혼(早婚)풍습도 존재했다.

낮아진 결혼의 연령대는 10대 중반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조선시대 목은(牧隱) 이색의 묘비엔 이색이 14세, 부인이 11세에 결혼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당시 관혼상제 법전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엔 아예 결혼적령기를 남자 16-30세, 여자 14-20세로 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세종 때만 해도 10세 이상이면 결혼했고, 10세 미만에서도 미리 혼약을 하는 사례까지 있었다.

이러한 풍습은 20세기까지 계속됐다. 1921년부터 1930년 사이 법정연령인 남녀 각각 15세 이하 결혼 사례가 남자 7.1%, 여자 6.2%에 달했다는 통계도 있다.

이를 볼때 조혼 현상은 아들을 일찍 결혼시켜 집안 후사를 보려는 부모 욕심의 산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세월을 누가 막겠는가.

'자식이기는 부모가 없다'는 현대사회는 만혼(晩婚)이 대세다.

최근 조사 발표한 통계청의 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 2021년 혼인 건수 19만 3000건 중 여성이 초혼인 경우는 15만7000건이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만6900건(49.1%)은 여성 나이가 30대였다. 이어 20대 7만1263건(45.5%), 40대 6564건(4.2%), 10대 798건(0.5%) 순이었다.

통계 작성 이후 3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20대 여성을 앞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 20대 여성의 초혼 건수가 33만3000건으로 30대 여성(1만 9000건)의 18배였음을 감안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아닐 수 없다.

남성도 변화의 물결은 다르지 않다. 지난 2005년에 이미 30대 초혼 건수(12만1000건)가 20대 초혼 건수(11만9000건)를 앞질렀다.

2021년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4세, 여성 31.1세로 각각 27.9세, 24.8세이던 1991년보다 5.5세, 6.3세씩 높아졌다.

경제 등 불합리한 사회구조 속 비혼주의자가 늘고 나아가  만혼 이후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작금의 세태. 미래를 생각하면 '깜깜'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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