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화성행궁 광장에서 수원문화원이 주최하는 대보름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렸다. 지난주 광교칼럼 ‘길마재줄다리기 대보름에 볼 수는 없을까?’에도 썼지만 나는 1988년부터 시작된 수원문화원의 대보름 민속놀이 행사에 매년 참석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린 해를 제외하고.

올해 수원문화원 주최 대보름민속놀이 한마당에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몰렸다. 매섭게 추웠던 날씨가 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진정되는 추세여서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왔을 것이다.

행사는 윷놀이대회, 제기 만들기 등 놀이 체험, 공예체험, 소원쓰기, 지신밟기, 한복 맵시자랑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진행됐다. 여기에 현장에서 떡메를 쳐 만든 인절미와 전 등을 나눠줘 관람객들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볼 것도 많고 입도 즐거운 잔치였다.

행사가 끝나고 행사 내내 사진을 찍느라 고생한 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와 함께 단골집으로 가서 막걸리로 시장기를 달랬다.

그리고 기분 좋게 돌아오는 길 저녁 8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수원천 옆길에 경찰이 쓰러진 취객을 경찰차에 태우느라 고생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놈의 오지랖, 뭐라도 도울 일이 있나 다가가 보니 만취상태의 중년남자가 길에 누워있고 일행인 듯 보이는 사람이 경찰에게 뭔가를 따지고 있다. 들어보니 얼토당토않은 시비조의 술주정이다.

보는 내가 화가 날 정도니 경찰관들의 속은 얼마나 뒤집어졌을까?

그럼에도 묵묵히 취객의 집주소를 묻고 가족 전화번호를 알아내려 애쓰고 있는 경찰관을 보니 부아가 치밀었다. 옆에서 경찰관에게 계속 빈정거리고 내게도 “당신이 뭔데 참견이냐”며 시비를 걸던 술꾼은 어느 사이인지 만취한 이를 내버려둔 채 자취를 감추었다.

간신히 취객을 경찰차에 태웠는데 이런, 음식물을 토하기 시작한다. 서둘러 하차시켰지만 그의 옷에는 토사물이 한가득 묻었다.

그런데 경찰관은 흔한 일이라는 듯 휴지를 가져와 옷에 묻은 토사물을 찬찬히 닦아주고 있다. 아마도 경찰관 가족이 그 장면을 봤다면 당장 일을 그만두라고 했을 것 같다. 그 사이 119 구급대가 도착했고 취객은 병원으로 실려 갔다. 감동을 받은 내가 치하를 하며 소속과 이름을 묻자 행궁파출소 소속이라고만 밝히고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다. 마땅한 일을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행궁파출소.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행궁파출소.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1022건의 주취자 관련 112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24시간 순찰을 하고 사건·사고를 해결하느라 바쁜 경찰관들이 술 취한 사람들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행궁파출소 경찰관도 술 취한 사람을 돌보느라 정말 중요한 출동에 지장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고, 폭력을 행사 하는 등 술 취한 사람들의 난동은 일선파출소의 일상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경찰이 주취자 신고를 받고 출동했더니 난동을 부리며 경찰을 폭행하고 가래침을 뱉는 짓을 저질렀는데 처벌은 없었다”면서 주취자들의 경찰관 또는 119 구조대원들에게 대한 폭행은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은 얼마 전 경찰 내부망 ‘폴넷’에 올라온 한 경찰관의 하소연을 소개했다.

“어느 나라 경찰관이 술 취한 사람들을 집까지 편히 모셔다주나.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 사람 깨우면 출동한 경찰관에게 욕하고 침 뱉고 토하는데 차에 태워 집까지 가 이불까지 덮어주고 나와야 하나” “집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주취자와 실랑이 하는 긴 시간은 다른 신고 출동을 마비시킨다.”

만취한 시민도 각자 사정은 있을 터, 보호가 필요하다. 다만 이 책임을 경찰관에게만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새삼 느낀 날이었다. 힘내시라. 경찰관들! 대한민국 국민들은 거의 모두 그대들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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