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은 사람의 삶을 다루며 어떠한 삶도 사회의 모든 분야가 직접 간접 관련된다. 그 시대의 정치도 물론 반영되며 관련 메시지를 주제로 삼을 수 있다. 어떤 이데올로기를 부각해 정면에서 다루며 이념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지난날 문단을 넘어선 순수문학 대 참여문학의 논쟁이 수차 있었고, 상호 배타하면서 무엇이 바람직하느냐고 거칠게 서로 물었으며, 심지어는 누가 옳으냐며 심각하게 다투기도 하였다. 관련 논쟁들은 근년에 이르기까지도 작품보다는 선호하는 노선에 골몰한 듯해 유감스럽다. 다시 말해 모든 문학작품은 삶의 특정 국면을 다룬다고 하더라도 그 국면은 별개의 독자 영역이 아니라 동서남북으로 위로 아래로 그리고 과거와 미래로 연관된다. 그 운명도 결국 인지상정으로 공준(公準)을 형성하는 일반 독자들이 결정할 것이다. 즉 문학작품도 역사의 일부로 당대의 현상이며 결국 보편 이성이 그 출몰을 견인할 것이다. 

 근년 들어 영화와 만화와 TV의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문학작품이 밀려나고 위상이 축소되면서 그 논쟁의 의욕이 저하된 것 같은데, 일본의 문학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은 2002년에 문학작품이 사회의 문제를 위시하여 시대의 조류와 정치와 이념을 선도하는 역할을 방기하면서 근대 이래의 영향력을 상실하였다고 진단하였다. 미국은 1950년대, 일본은 1980년대, 한국은 1990년대 말이었다고 시기까지 명기하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문학작품의 위상과 그 역할 논쟁은 얼마든지 치열하게 재발될 것이다. 다시 말해 아무래도 문학작품은 당대와 향후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이데올로기나 정치와 무관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시대에 소설은 지난 주 정계 뉴스에서 언급된 대로 그 위상 저하가 어쨌든 사실인 듯하다. 유명 정치인이 자신이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서 피의자가 진술한 대북 방문경비 대납 운운을 두고, ‘아마 검찰이 신작 소설을 쓴 것 같은데, 종전의 창작 실력으로 보아 잘 팔리지 않을 겁니다’고 논평하였다. 어느 쪽의 말이 사실인지 현재 알 수 없지만, 그 언급의 ‘소설’에는 ‘거짓’이나 ‘조작’이란 뜻이 내포되고 부각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당수 국민들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비유이며 우리의 소설을 그렇게 싸잡아 비난하려는 뜻도 없었다고 양해할 것이다. 한편, 다른 표현도 많은데 그런 상황에서 왜 하필이면 소설 운운하나, 소설의 허구성(虛構性)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평소 비하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고 힐난하며 양해를 외면할 수도 있다. 게다가 그는 이번 주 초에 자신의 불만을 또 “검찰의 신작소설이 완성도가 너무 떨어집니다”고 표출했다.   

 2020년 7월에도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의 질의에 조롱하는 표정으로 “소설 쓰시네요”라고 대응하여 크게 물의를 빚었다. 야당 의원은 “소설가가 아닙니다”고 응수하고. 이 사정에서 당시 한국소설가협회는 장관의 공개 사과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 일부를 이 시점에서 우리의 소설을 위하여 다시 참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소설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으니, 우선 간략하게 설명부터 드려야 할 것같다. ‘거짓말’과 ‘허구(虛構)’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듯하여 이를 정리한다. 거짓말은 상대방에게 가짜를 진짜라고 믿게끔 속이는 행위다. 소설에서의 허구는 거짓말과 다르다.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상대방(독자)이 이미 알고 있으며, 이런 독자에게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로 믿게끔 창작해낸 예술작품이다. 

 우리의 일부가 혹시 소설의 허구, 허구의 개념과 지향을 잘 몰랐거나 알 기회가 없었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문학옹호론을 잘 원용한 이 간결한 설명을 부디 참조하여 ‘소설’을 바라보는 부동의 기초시각으로 삼기 바란다. 우리 시대의 문학을 위하여 사족을 단다. 소설을 포함해 문학작품의 ‘허구’는 사실을 넘어서는 ’위대한 진실을 추구하는 방법’, 세속과 인정을 아우르며 시공을 초월해 인간이 자신과 세계를 성찰할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 창작에 필요한 ‘아이러니컬한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부탁한다. 앞으로 ‘거짓’이나 ‘조작’의 비유로 ‘소설’을 언급하지 말자고. 혹 비유는 유사 의미를 포함할 수 있기에 그런 뜻으로 언급할 수도 있다거나, 사실 자체를 중시하여 소설의 허구를 그저 그런 구실로 여긴다고 하더라도, ‘거짓’이나 ‘조작’을 배척하거나 비난할 때에 부디, ‘엉터리 소설’ ‘가짜 소설’ 혹은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라고 비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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