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둘러보면 우리에게 형제의 나라라고 할 만한 국가가 없다. 이웃한 국가들은 옛날부터 호시탐탐 우리나라를 침범했고, 같은 민족인 북한과는 민족상잔의 전쟁을 겪으며 적대국가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튀르키예는 다르다. 멀리 있는 나라지만 양국 국민들은 서로에게 호감이 가득하다. 1500년 전 튀르키예의 뿌리인 돌궐과 우리의 고구려는 영토를 넓히려는 당나라에 맞서 우호관계를 돈독히 했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중심부에서 동북쪽으로 10km 떨어진 아프라시압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는 아프라시압 궁전의 벽화에 2명의 고구려 사신이 그려져 있다. 새의 깃털을 꽂은 '조우관'을 쓰고 '환두대도'라고 불리는 ‘둥근고리큰칼’을 차고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나오는 모습이다. 두 지역 사이의 교류를 중명하는 그림이다.

튀르키예는 6.25 전으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자원병 1만5000명이 참전했다. 741명이 전사하고 2068명이 부상당했으며 175명이 실종됐고 234명이 포로가 됐다. 1500년 전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축구 3~4위전 당시 경기장에는 대형 튀르키예 국기가 펼쳐졌다. 관중들은 한국과 튀르키예를 동시에 응원했다. 튀르키예 국민들은 감동했다.

수원시에는 앙카라 학교공원이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튀르키예군이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 주둔하며 전쟁고아 640여 명을 모아 먹이고 재우며 공부를 시켰다. 이것이 앙카라학원이다. 수원시는 2013년 앙카라 학교공원을 조성했다.

그런 튀르키예에 사상 유례없는 지진이 발생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국에서 형제의 나라 튀르기예를 돕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기도는 의료, 구호, 구조 등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급히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00만 달러의 구호금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과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도 10일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을 방문해 살리 무랏 타메르 대사에게 “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튀르키예 형제들이 다시 희망을 찾을 때까지 수원시와 수원시의회가 함께하겠다”며 긴급구호금 10만 달러(약 1억 2600만 원)를 전달했다. 수원시자원봉사센터는 튀르키예가 요청한 물품(의류, 기저귀 등) 3.5t을 전달했으며 수원상공회의소는 성금 1000만원을 후원했다. 수원시는 시민·공직자들의 성금, 후원물품 등으로 2차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내 지방정부들도 튀르키예 지원금을 전달키로 했다. 용인시는 튀르키예 카이세리시에 구호금 10만달러를 전달하기로 했다. 용인시와 카이세리시는 자매도시 결연을 맺고 있다. 파주시도 자매도시인 에스키셰히르시에 재난 극복을 위한 지원금을 전달키로 했다. 오산시의회는 튀르키예 피해 성금 모금을 진행했다. 이밖에도 도내 곳곳에서 지진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튀르키예 이재민들을 위한 구호품 모으기에서 나서고 있다.

충격과 슬픔에 빠진 튀르키예 국민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이들이 하루빨리 일어설 수 있도록 십시일반이나마 정성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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