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들의 주무기는 대부분 위협과 허세다. 잔인함을 동반하는 '조폭'들과 이득을 취하는 방법이 달라 구분된다.

이들은 해방 전후 약자를 위해 주먹을 썼다며 한때  ‘협객(俠客)' 취급하던 시절도 있었다.

또 비정함 속에서도 의리를 지키는 무리들로 미화돼 생각 없는 일부 젊은이들을 현혹 하기도 했다.

세월이 변한 지금은 둘다 약자를 괴롭히고 사회를 어지럽힌다는 점에서 '도긴개긴'이지만 말이다. 

‘깽판’ 치는 패거리를 뜻하는 '깡패'의 어원설은 여러가지가 있다.

한국전쟁으로 미국에서 통조림이 한국에 들어와 빈 통을 거지가 들고 다니면서 동냥을 하게 되었는데, 이 캔(영어: can)에 통을 붙여 깡통이라 하고, 못된 짓을 하는 ‘거지의 패거리’를 깡패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그 중 하나다.

폭력배를 영어로 갱(gang)이라고 하는데, 이 말이 한국에 들어와 패거리의 패를 붙여 깡패로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후자 쪽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깡패를 'gang+牌'라고 설명하고 있어서다.

깡패의 존재감이 사회에 부각된 것은 1957년 속칭 '장충단 집회 방해사건'을 일으킨 이후다.

이승만 정권 시절 자유당의 독재를 규탄하기 위해 서울 장충단공원에서 시국강연회가 열렸다. 당시로는 드물게 20여만명이 모였다.

야당 대권후보 조병옥 박사 연설이 시작되자 자유당의 사주를 받은 이정재, 임화수, 유지광 등 동대문파 깡패들의 단상 테러로 집회가 파탄난 사건이다. 

정치와 깡패의 연(緣)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강패'란 말도 생겨났다. 그리고 그동안 숱한 정치현장에 등장, 정치인과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을 과시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더러운 것을 손에 묻히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정치인의 속성과 맞아 떨어져 공생 기간도 길었다.

5.16 군사정변 이후 '정치 깡패 소탕'을 시작으로 최근 '범죄와의 전쟁'을 거치면서  많은 깡패들이 사라졌다.

특히 정치권에서 조폭을 동원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지금도 여러 형태로 남아 정치와 깡패, 조폭의 공생관계 진화는 계속 중이다.

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일부 온라인과 유튜브 등을 이용한 특정인 옹호 비방 정치행위도 일종의 공생관계라 볼 수 있다.

더욱이 그 관계 속에 수익까지 발생하고 있으니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요즘 깡패라는 말이 국회에서 종종 등장하고 있다.

엊그제, 임시국회 법사위에서도 깡패가 등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구속중인 김성태 쌍방울그룹 회장을 깡패라 했다며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적절성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였다.

이날 김 의원은 한 장관이 김 전 회장을 ‘멀쩡한 기업을 사냥해서 주가조작하고, 돈 빼돌리고, 정치인에게 뒷돈 주고 북한에 몰래 돈 준 범죄인’이라고 규정했다면서 “피의사실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깡패라고 말하는 것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말인가”라고 추궁했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김 회장의 범죄혐의와 유죄판결로 보아 깡패가 확실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후에도 깡패를 놓고 날선 설전을 벌여 호사가들의 술자리 안주거리가 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1월말 모 야당 의원은 깡패잡겠다는 검찰을 두고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단순히 봐도 '적반하장이 유분수'다.

과연 국민의 생각은 어떤지, 여론조사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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