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지금까지 5만 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의 구호 손길과 성금·물품이 답지하고 있지만 재난을 당한 이들을 모두 감싸 안기엔 역부족이다.

이번 지진 참사를 보면서 사전대비의 중요함을 새삼 느낀다. 특히 이번 지진 피해의 중심지인 하타이주의 에르진이라는 도시에서 단한명의 사망자도, 붕괴된 건물도 없었다는 외신보도를 접하면서 더욱 그렇다. 하타이주는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10개 주 중에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지역이다. 에르진은 인구 4만2000명 정도가 사는 도시인데 유일하게 사상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에르진 시장은 그 이유를 “불법 건축물을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규칙을 효과적으로 시행하고 건물 검사 시스템을 재고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지진에 대비해 건축물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나왔다. 우리나라도 지진에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경주에서 규모 5.8, 2017년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일어났다. 더욱 불안한 것은 지진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진 규모 상위 10건 중 6건이 최근 10년 사이에 발생했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에도 내진 설계 비율은 매우 낮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허영(더불어민주당, 강원 춘천시철원군화천군양구군갑)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국 건축물의 내진율은 13.2% 밖에 되지 않았다. 공공건축물 내진율은 19.0%였지만 민간건축물의 내진율은 13.1%였다. 그러니까 건물의 87%는 내진 적용이 안 돼 있다는 얘기다.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민간건축물 내진율이 가장 높은 경기도 역시 내진율은 20.7%에 불과했다. 전남·경북·강원·경남은 내진율 7.1%~9.8% 사이였다. 우리나라는 1988년부터 내진설계의무가 적용됐고 이후 점차 강화됐다. 2017년 12월부터는 2층 이상 또는 200㎡ 이상과 모든 주택으로 확대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전에 지은 건물 대부분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튀르키예 지진이후 국내 건축물의 내진 설계 실태를 긴급 점검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꼼꼼한 점검 후 철저한 내진 보강공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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