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술이라 불리는 소주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예찬론부터 서민애환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알게 모르게 전해져오는 숨겨진 진실들도 있다. 소주(燒酎)의 본래 이름이 소주(燒酒)였음도 그중 하나다.

어원은 ‘증류’에서 왔다. 태생을 더듬어 올라가면 꽤 오래다. 문명교류 사학자들은 소주의 어원을 '증류'란 뜻의 아랍어 '아라끄'에서 찾기도 해서다.

이 아라끄가 몽골에 가서 '아라킬'이 됐고 고려시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몽고의 지배로 주조법이 전파되면서 안동소주 등 전통주도 생겨났다.

조선시대엔 양반가를 중심으로 고급주 반열에 올랐다. 당시에도 25도가 넘어 작은 잔도 등장했다.

약용으로도 썼다. 1614년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도 적혀 있다.

'소주는 약으로 쓰여서 적게 마셔 작은 잔에 마셨고 그래서 작은 잔을 소주잔으로 삼았다'

이름도 진화했다. 이슬처럼 받아내는 술이라 해 노주(露酒)라 했는가 하면 화주(火酒) 또는 한주(汗酒), 기주(氣酒)라고 했다.

아랍이 어원인 것처럼 아라키주(亞刺吉酒)라는 명칭도 있다. ‘아락주’도 있다. 얼마전 까지 개성지방 등 북한에선 소주를 '아락주'라 불렀다. 모두 증류주(蒸溜酒)의 발생과 관련된 이름이다.

‘세 번 빚은 술’ 혹은 ‘진한 술’이란 뜻의 소주(燒酎)라 쓰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다.

알코올 농도가 높다고 판단한 일제가 이름을 바꿔 썼던 것이 지금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 제조 회사의 제품명에 가려져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소주병이 초록색 일색인 이유도 있다. 초기의 소주병은 투명에 가까운 연한 하늘색이었다.

그러던 것이 1994년 강원도 모 소주회사 출시 제품 이름에 걸맞게 병을 녹색으로 바꾼 것이 공전의 히트를 치자 타 업체들도 모두 바꾸면서 동색(同色) 병이 됐다.

그 후 아예 재활용과 원가절감을 위해 업체 간 빈병 공용화를 체결하고 모양과 색깔을 같게 했다. 지금은 올드 스토리지만.

예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소주 사랑은 유별나다.

조선왕조실록엔 이런 기록이 있다. 태조 2년 1398년 12월13일자 “임금의 맏아들 진안군(鎭安君) 이방우(李芳雨)는 술을 좋아하여 날마다 많이 마시는 것으로써 일을 삼더니, ‘소주(燒酒)’를 마시고 병이 나서 졸(卒)했다.”

이후 영조 영조 13년까지 소주(燒酒)라는 한자 술 이름이 176회나 언급돼 있다.

지금은 번잡하게 역사 유래 애환 등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애주가들은 이유를 달지 못해 못 마실뿐이지 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친구가 된 지 오래다.

반세기가 훨씬 넘는 시간을 함께 해오고 있다. 덕분에 대표 국민주라 불리며 어느 면에선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벗으로서 삶의 활역소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예찬론자들의 수다지만.

지난해 국내 소주 소비량은 22억9000만병. 1인당 평균 52.9병을 마셨다. 시장만 놓고보면 4조원에 가깝다.

그러나 소비증가 뒤에도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25도에서 15도까지 낮아진 도수의 비밀이 그것이다. 소주 도수가 0.1도 내려가면 주정을 덜 써도 되고 병당 주정 값을 0.6원 아낄 수 있다.

반면 약해진 술은 더 마시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출고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왔다. 시장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던 이유였다.

현재 소주값은 공장가 1200원, 도매가 2000원 정도다.

그러나 주류회사들이 최근 출고가격을  80~100원 올린다는 것이 알려지자 4000~5000원이던  음식점 판매가격이  6000원으로 오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주 출고가가 800원 수준이던 2000년대 중·후반엔 식당들이 보통 2000~3000원에 소주를 팔았다. 출고가가 1000원 수준이던 2010년대에 3000~4000원을 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출고가가 1200원 내외인 지금, 인건비·임차료 같은 운영비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4000~5000원 수준이 적정 가격 아닌가.

천정부지로 오르는 재료비에 연료비, 음식점의 애로사항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말이다. 이래저래  애주가들만 답답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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