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을까마는 기피 직종은 여전히 존재한다.

제일 흔한 것이 3D업종이다. 그런가 하면 상조관련 직종도 이에 못지 않다.

특히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는등 장례 관련 업무는 더하다.

해서 2000년대 초까지만해도 종사자 대부분 40대 이상 중장년층 남성이 중심이었다.

그것도 도제식으로 전수받아 명맥을 이어갔다. 직업명도 ‘장의사(葬儀師)’ ‘염장이’ ‘염사’ 등으로 불렸다.

시신을 닦고 옷을 입히는 일부터 화장과 매장까지 도맡아 했다. 일반인들이 꺼려하는 일이지만 장례절차가 복잡한 우리의 유교문화 때문에 전문가 대우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일제 강점이후 직업화 되면서 인식이 나빠졌다.

신분적으로도 천대를 받았다. 일본내 장의사의 낮은 존재감이 영향을 미친 탓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천민이라는 ‘부라쿠민’들이 장례를 맡아왔다.

이들은 시체로 돈을 번다고 해서 장의사를 막장 직업으로 치부해 왔다.

우리나라에서 나빠진 '장의사'라는 직업인식은 1999년 을지대학교가 국내 처음으로 장례지도학과를 개설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면서 ‘장례지도사’라는 공식 직종도 생겨났다.

2012년에는 정부가 '장례지도사 국가자격증 제도'까지 만들었다.

지금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교육단체에서 300시간 교육을 받으면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더욱 변한 세월을 실감할 수 있는 것은 자격증을 따려는 20~30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젊은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니 놀랍기까지 하다.

장례지도사는 유족 상담부터 시신 관리, 빈소 설치 등 장례 의식 전반을 총괄하는 직업이다.

얼마 전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실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에서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딴 사람은 711명이었다.

이 가운데 42.3%인 301명이 20~30대였다. 이러한 비율은 지난 2020년 32%에서 10%가량 증가한 것이다.

젊은 층을 비롯, 20대 여성들이 장례지도사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취업난이 한 몫하고 있다.

또 경기를 타지 않는 장례업종 특성과 상대적인 경쟁자가 적어 취업에 강하다는 장점도 작용하고 있다.

상조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신규 채용은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거기에 ‘웰다잉’에 대한 높아진 관심이 장례지도사를 ‘전문직’ 반열(?)에 오르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다 정부가 2025년부터 장례지도사 자격증 발급을 더 까다롭게 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치열한 경쟁은 예고되지만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사망자 시신을 알코올로 닦고, 수의를 입히고 입관을 주도 하는 여성을 포함한 젊은 장례지도사들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때로는 축문(祝文)을 읽고 제사도 진행하면서 매일 매일 시신을 접하는 게 힘들 법도 하지만 희망을 키우는 데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젊은 장례지도사들.

국민들의 편견이나 인식 개선을 위해 이들이 진행하는 ‘장(葬)스토리TV’라는 유튜브 방송까지 생겼다고 하니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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