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들길 사이를 지난다는 4월이다.

어딜 둘러봐도 시야에 들어오는  풀과 꽃들이 지천이다. 

이름없는 풀과 꽃은 없다고 했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칠 뿐이지 정해놓은 학명(學名)도 있다.

개중에는 기기묘묘한 이름들도 많다.

정호승 시인은 이런 꽃으로 시도 지었다. "개불알꽃을 보았다/ 우리 집 바둑이의 불알과 너무도 닮았다/ 바둑이는 좋겠다/ 불알에도 꽃이 피니까".

익살스럽고 재미있다. 짓궂은 꽃 이름도 있다. 열매가 머리카락 없는 스님 두상을 닮았다고 붙여진 '중대가리'풀.

부리가 요강을 닮았고, 뿌리에서 지린내가 난다고 해서 이름이 붙은 '광릉 요강꽃'. 이밖에 '노루오줌' '며느리 밑씻개'등  남사스런 이름의 꽃도 있다.

그런가 하면  4월부터 피기 시작해 5월까지 이어져 초여름의 길목을 알리는 '미스킴 라일락'이라는 이국적 꽃이름도 있다.

우리의 토종인듯 아닌듯한 미스킴 라일락의 정식 명칭은 수수꽃다리다.

순수 한국의 자생종이다. 송이처럼 피어나는 작은 꽃 무더기가 마치 수수이삭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붙여졌다.

평안도 같은 북쪽 지방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그리고 원래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고유종이다.

조선 말엽, 서양에서 원예용으로 들여온 라일락(lilac)과는 엄밀히 구분된다.

그런데 왜  '미스킴 라일락'이란 이름이 붙었을까. 사연이 있다.

1947년 미군정청 소속 식물학자인 엘윈 미더는 북한산 백운대 부근에서 수수꽃다리 과인 털개회나무 발견하고는 종자 12개를 미국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육종에 성공해 새 원예품종인 ‘라일락’꽃을 개발하고 이름을  한국에서 자신을 도와준 타이피스트인 ‘미스킴’을 붙여 ‘미스킴 라일락’이라 했다.

이후 이꽃은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에 이른다. 지금도 국제 시장에서 최고의 라일락으로 인기가 높다. 

1970년 초부터 몇해전 까지 우리 또한 역수입 했었다. 그러다 한국 토종 수수꽃다리의 개량종인 ‘미스킴 라일락’ 수백 그루가 지난 2016년 9월 광릉 국립수목원으로 귀향한 바 있다

.‘달콤한 첫사랑의 추억’이 꽃말인 미스킴 라일락을 비롯 얄궂고 이쁘기까지한 이름의 풀과 꽃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그런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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