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봄철 명소 10곳을 소개했다. 대부분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만석공원, 광교산 광교마루 산책길, 호매실지구 금곡로 일대, 황구지천, 서호천, 수원역에서 호매실IC를 연결하는 권선로 서쪽 방면, 수원월드컵경기장 뒷길, 도청과 팔달산 회주도로, 영통구청 근처 매탄로, 광교호수공원 신대호수 등 모두 봄꽃이 만개해 화사하다.

광교호수공원 신대호수의 철쭉꽃 단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벚꽃이다.

사람들이 화사하게 핀 봄꽃을 찾아 나서는 이유는 마음의 평화와 몸의 생기를 얻기 위해서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은 만개한 봄꽃을 보면서 함께 피어난다.

수원시가 추천한 벚꽃 명소 가운데서도 팔달산 둘레길과 광교산 입구 광교저수지 마루길은 내가 매년 빼놓지 않고 찾아가는 곳이다. 황구지천 벚꽃도 생각만으로 가슴이 설렌다.

황구지천의 벚꽃. (사진=수원시)
황구지천의 벚꽃. (사진=수원시)

한 때 옛 도청입구에 살았다. 처음엔 인근 주민들만 벚꽃 아래 돗자리를 깔고 꽃놀이를 즐겼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먼데 사는 시민들과 인근 화성시, 오산시에 사는 사람들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노점상들까지 몰려들어 차도 인도 할 것 없이 북새통을 이뤘다. 경기도는 벚꽃축제를 시작했다.

이때가 되면 주변 술꾼들의 전화가 잇따른다. 꽃이 지기 전에 거기서 만나 한잔 하자는 것이다. ‘벚꽃 주회’는 매년 빼놓지 않고 이어졌다. 비바람의 심술로 꽃이 하룻밤 사이에 모두 져버린 몇 해를 제외하고는.

팔달산과 황구지천 등 시내의 벚꽃이 모두 질 무렵 찾아가는 곳은 광교산 입구 광교저수지의 광교마루길이다. 이곳은 산과 저수지가 있어서 시내보다 기온이 낮다. 그래서 꽃이 늦게 피고 늦게 진다. 얼마나 좋은가. 오랫동안 벚꽃을 감상할 수 있으니.

1.5㎞가량 이어진 데크길 위로 왕벚꽃이 줄을 지어 피어있고 저수지 푸른 물빛과 어우러진 광경...보지는 못했어도 신선들이 사는 선계(仙界)의 풍경이 이럴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과 산, 꽃이 어우러진 이곳이야말로 수원 최고의 벚꽃 명소가 아닐까.

이곳은 수려한 풍경으로 평소에도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벚꽃들의 잔치가 벌어지면 더욱 붐빈다.

광교마루길 벚나무가 식재된 시기는 고 심재덕 시장 재직 시절인 2000년이다. 그 해 3월23일 ‘생명의 나무 100만 그루심기’ 식목행사로 광교산 입구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심 시장과 함께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심었던 나무는 지름 10cm정도로 작았는데 지금은 어른 허리 굵기만큼이나 커졌다.

 

2000년 3월 23일 광교저수지 둘레길에 벚나무를 심고 있는 고 심재덕 수원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개량한복 입은 사람)과 시민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2000년 3월 23일 광교저수지 둘레길에 벚나무를 심고 있는 고 심재덕 수원시장(오른쪽에서 두번째 개량한복 입은 사람)과 시민들.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그 벚나무가 이렇게 자랐다. (사진=필자 김우영)
그 벚나무가 이렇게 자랐다. (사진=필자 김우영)

당시 심 시장이 내게 한 말이 생각난다. “이게 지금은 비록 볼품없어 보이지만 10년만 지나면 여기는 수원의 명소가 되고 엄청나게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벚꽃 보러 몰려들 거야”라고.

혜안(慧眼)을 가진 지도자였다. 그의 안목은 정확했다. 화장실문화운동을 일으키고 월드컵을 유치했으며 화성을 세계유산으로 등재시켰고 수원천과 서호를 살려내는 등 그의 수많은 업적 중에는 광교마루길에 벚나무를 심은 것도 포함시켜야 한다.

황구지천은 어렸을 때 삼촌들과 물고기를 잡았던 추억이 있다. 그때는 벚꽃을 보지 못했으니 나중에 심었을 것이다. 그 나무들도 무럭무럭 자라 황홀경을 선물해주고 있다. 오목천동을 남북으로 흐르는 황구지천의 오목천 구간 벚꽃도 일부러 발품을 팔아 가볼 만하다.

황구지천의 벚꽃길은 광교저수지 마루길 벚꽃과는 다른 정취가 있다. 정화사업 결과 맑아진 하천과 전원과 어우러져 저절로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꽃비를 맞는 벚꽃 길. 올해도 지음(知音)의 벗들과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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