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심장’이 뛰어야 산다. 멈춰 버리면 죽게 된다. 뭐 상식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나 싶지만 심장 뛰는게 인간의 의지와 별개인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면 의미는 심장(深長)해진다.

‘두근 두근 한다’ 해서 무게가 ‘네근’이라는 우스개 별칭이 있는 심장이 일생동안 뛰는 횟수는 얼마나 될까?

학자마다 다르지만 평균 15억회에서 23억회 정도로 추산한다.

인간의 맥박은 분당 평균 60~80회다. 맥박이 평생 23억회를 뛴다고 할 경우 분당 심장박동수가 60회면 73년, 70회면 62.5년, 80회면 54.7년을 사는 셈이다.

물론 이런 예측에 반론을 제기하는 심장병 전문의들도 많다.

맥박의 증감은 자율신경에 좌우되기 때문에 수명과 연관성이 없다는게 이유다.

그러면서도 맥박이 빨라지면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사망 리스크가 높아진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의학계엔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심장박동이 1분간 70회 이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에 의한 사망위험성이 두 배가 된다는 조사도 보고돼 있다.

해서 ‘심장이 빨리 뛰면 수명이 짧아진다’ 아니다 ‘빨리 뛰면 심장을 더욱 튼튼히 만들어 장수한다’라는 주장이 지금까지 충돌중이지만 말이다.

여기에 신장이나 폐 등 다른 기관들이 나빠지면 심장은 더 빨리 뛰어야 하고 부담이 생겨 위험하다는 속설까지 가세, 호사가들의 논쟁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삶의 예측이다. ‘갑자기’라는 전제가 붙으면 사정은 달라진다.

얼마전 가수 현미씨가 돌연히 세상을 떠났다.

85세라는 만만치 않은 나이지만 혈관은 물론 기저질환도 없다며 평소 건강을 자신해온 그였다.

별세 전날인 지난 3일엔 KTX를 타고 대구에 가서 노래교실 공연도 했다.

그런 그가 이틀 후 자신의 히트곡 ‘떠날 때는 말없이’처럼 홀연히 ‘밤안개’ 와 같이 팬 곁에서 사라진 것이다.

이후 ‘심장’과 ‘인간 의지’의 상관 관계가 다시 화두다.

사람의 의지로서 어쩔 수 없는 심장 활동이지만 평소 관찰과 예방노력이 황망함을 줄일 수 있다는 조언들도 넘쳐나고 있다. 

일반인을 비롯, 건강한 고령자가 돌연사(突然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숨어 있던 심혈관 질병의 발호(跋扈)라는 것이 의학계 정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자다가 관상동맥 경련이 일어나 발생하는 급성 심근경색이다.

여기에 부정맥까지 더해지면 심정지는 가속화된다.

이같은 돌연사를 일으키는 거의 모든 원인이 우리의 생명을 유지해주는 심장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연륜(年輪)도, 시공간(時空間)도 불문이라 더 그렇다.  진단법은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방지책도 예방책도 뚜렷이 없다.

고인이 된 가수 현미를 추억하며, 오늘도 건강히 살아 있음에 감사함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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