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화서문 앞에서 열린 네팔 라이족의 ‘우바우리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라이 민족의 춤인 ‘사게라’를 추고 있다. (사진=필자 김우영)
14일 화서문 앞에서 열린 네팔 라이족의 ‘우바우리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라이 민족의 춤인 ‘사게라’를 추고 있다. (사진=필자 김우영)

꺼허르만 라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의논할 게 있다면서 만나자는 것이다. 라이는 네팔 ‘라이 부족’사람이다. 오래 전 한국에 온 뒤 수원역 길 건너편에서 ‘카삼’이라는 네팔 음식점을 운영한다. 카삼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약속’이란 뜻이다.

네팔과 깊은 인연이 있고 혼인도 네팔 여성과 한 김형효 시인의 소개로 2010년에 만난 라이는 우리나라 시골청년처럼 순박한 인상이었다. 그러나 생활력이 강해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아이들 둘을 호주로 유학 보낼 수 있을 정도로.

가끔 들를 때마다 얼굴을 활짝 펴며 반긴다. 이국적인 분위기 속에서 낯선 음식에 생맥주를 마시는 일이 즐거워서 친구들에게도 소개했다. 친구들의 평가는 좋았다.

인터넷에도 카삼에 대한 칭찬이 가득하다.

-가격 저렴하고, 커리가 특히 맛있습니다. 계속 생각나서 매주 가게 됩니다! 맛있고 친절하시고 좋아요!

-정말 맛있어요! 커리도 맛있고 요거트 뿌려먹는 볶음밥 브리야니도 맛있어요. 차나프라이(콩을 향신료와 볶아 버무린 것)도 매콤하게 맛이 좋습니다. 차이 티도 있는데 진하고 뜨끈한 게 정말 맛있어요. 먹어본 카레집 중에 단연 최고입니다. 채식하는 사람이 먹을 것도 많아요! 왕추천!

-내 인생 커리 집! 너무 맛있어요

-재방문 의사 200%

라이 씨가 운영하는 네팔인도음식점 카삼 내부. (사진=필자 김우영)
라이 씨가 운영하는 네팔인도음식점 카삼 내부. (사진=필자 김우영)

라이가 만나자고 한 이유는 축제장소 때문이었다.

라이부족의 축제 가운데 ‘우바우리’가 있다. 우바우리축제에서는 라이 민족의 춤인 사게라를 춘다. 남녀노소 모두 둥글게 큰 원을 그리며 춤을 추는데 우리나라의 강강수월래가 연상된다.

한국에 있는 라이족도 이 축제를 연다. 매년 서울에서 개최했는데 이번에는 수원에서 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소를 구해달라는 것이다.

라이와 함께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와 수원문화재단을 방문해 문의했지만 마음에 둔 장소는 이미 예약이 된 상태라서 마지막으로 화성사업소에 들렀다. 담당 직원은 참으로 친절했다. 그 덕에 수월하게 화서문 밖 광장을 빌릴 수 있었다.

라이족 조상의 초상화. (사진=필자 김우영)
라이족 조상의 초상화. (사진=필자 김우영)

그리고 21일 라이족 축제가 열렸다. 전국에서 온 300 여명의 라이족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꼭 닮았다. 그들이 가져온 '창'이라는 술은 한국의 막걸리와 다르지 않았다. 창은 티벳에서 유래되었다는데 특히 산골 몽골리안들의 전통주로 라이족과 타망족, 구릉족도 즐겨 마시는 술이라고 한다.

양쪽에 가죽을 씌운 장구처럼 생긴 악기와, 바라와 흡사한 악기가 내는 소리 역시 한국의 굿판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들으니 네팔에도 청국장이 있다고 한다. 조상을 모시는 것도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라이족 축제장에 간 필자. (사진=필자 김우영)
라이족 축제장에 간 필자. (사진=필자 김우영)

김형효 시인은 현재 인구 2910만 가운데 약 37%를 차지하는 네팔 몽골리안 중에서도 한국인들과 매우 가까운 문화적 전통을 가진 사람들이 라이, 림부, 구릉, 타망족이라고 한다.

라이족은 해발 1700~2300m의 순코시 강 유역과 아룬 강 서쪽 지역, 부탄 남서부에 주로 사는데 농경·목축민으로서 주로 쌀·옥수수·기장을 재배한다. 산에 계단식 토지를 만들어 논벼를 경작한다. 불교와 힌두교를 믿는 사람들이 많지만 지금도 공통조상을 섬기는 등 전통종교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축제장에서 먹은 네팔 전통음식과 창. (사진=필자 김우영)
축제장에서 먹은 네팔 전통음식과 창. (사진=필자 김우영)

이 축제에서 창과 함께 네팔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었고 긴 천을 터번처럼 머리위에 두르는 전통의식도 체험할 수 있었다. 주최 측은 나를 내빈으로 소개했고 박수를 받은 나는 합장을 하고 “나마스테”라고 화답했다.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보물인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을 배경으로 열린 우바우리축제는 시민과 관광객의 큰 관심을 끌었다. 전통복장으로 춤을 추는 모습은 여러 관광객의 카메라에 담겨 퍼질 것이다. 내년에도 여기서 했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