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를 해야겠다. 

완주 삼례의 막사발미술관이 완주군에서 2018년 초 폐쇄됐다. 막사발을 세계적으로 국제적으로 떠올리는 나로선 아찔한 순간이었다.

폐쇄될 당시 나로선 감당할 수 없는 나날이었고 세계막사발미술관이 없어진다는 것은 막사발 종주국으로서의 그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좌절에 빠져 있을 때 박장호와의 만남은 우연만은 아니다. 미술 평론하는 박장호와의 만남은 2018년쯤으로 기억한다. 박장호가 그가 쓴 '풀'이라는 책은 막사발에 대한 글이기 때문에 그와의 만남은 계속됐다. 그리고 그 이후 그와 함께 기획한 전시가 '시도자전'이었다. 현대시학 50주년기념으로 막사발과 도판에 시를 새기는 시도자전이 춘천 옥산가 옹기박물관에 2019년 초대됐다.

'현대시학 50주년기념 -김용문 막사발과 도판화전'은 추후 글을 올릴 계획이다.

최근 한국의 막사발에 대한 중요한 잇슈- 온라인 대화가 부각되었는데, '망해야 산다' 페북에 두사람의 글이 내 눈에 크게 들어 왔다.

아랫 글은 페이스북에서  김경(KIM KYUNG)의 글을 캡처해서 올린 글임을 밝힌다.

김경과 박장호의 막사발 대화:

“망해야 산다”

막사발 / 막문화 / 막춤과 BTS, 이를 언급해 주신 이어령, 이름 없던 망해가던 조선에서 끌려간 조선 사기장(도공), 도예가가 그릇이나 굽는 사람인줄 아는 현재까지 고분고투하는 막사발 대가 김용문 Yongmoon Kim, 이름 없던 백의 민족을 사랑한 야나기와 버나드 리치 그리고 루시 리, 이 흔적을 달처럼 쫓은 구본창, 센노 리큐에서 주욱 이어진 야나기가 다시 꺼내든 선(禪)… 이걸 지적한 김지하 시인, '아무렇게 함부로' 라는 부사로서의 ‘막’이 아닌 막차, 막장 등의 ‘마지막’을 뜻하는 접사로의 ‘막’, 망한 사발, 마지막 사발, 서민의 밥그릇, 깨달은 자의 발우.

나 어려 혈기 왕성하던 시절 패션지 에디터로 글발 날리던 김경 Kim Kyung 누나 ㅎ미술과 문학을 전천후로 오가며 다양한 인물과 문화를 살펴 알리던 김경이 막(지금) 들려주는 막사발과 K-컬쳐와 '별들에 관한 매우 유익한 이야기 전쟁' 

막사발의 막 노래

가면을 벗으면

화장을 지우면

당장 내 얼굴 막사발

민낯이 된다.

햇살은 가락으로 엉켜 막국수.

이슬이 알알이 모여 막걸리.

막 먹고 막 마시는 막춤의 잔치

막사발을 비우면 허공이 되고

하늘의 구름이 내려와 바람이 되고

이제 그 많은 시끄러운 막말들이

막 시가 되는 기적의 순간들. 

       이어령, 현대시학 50주년 <김용문 시도자전>에 부쳐, 2019년 9월 21일.

 

망해야 산다,  K-culture 효시 ‘막사발’처럼!

‘안도 타다오의 빛’에서 ‘조선의 미’를 본 오별 아트의 첫번째 게시물을 보고 오랫동안 런던과 파리, 피렌체와 베니스 등을 넘나들며 한국의 수출 자기에 대한 탐구와 탐험을 계속하며 자기 콜렉터 겸 미술 평론가,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장호와 오랜 만에 연락이 닿아 여러 가지 흥미로운 대화를 주고 받게 됐다.

다음은 혼자 보기 아까운 그 엄청난(^^) 대화의 기록이다.

김 경(이하 경): 세상 무엇보다 조선의 미를 사랑했던 일본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잘 알지도 못하면서 조선 도자기를 외국으로 빼돌린 도덕놈으로 잘 못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더라구!) 나 이번에 야나기가 1932년에 <공예  13호>에 쓴 ‘조선시대 도자기’라는 글 읽고 완전 감동 받았어.  

박장호(Hyper JH, 이하 호): 고 김지하 선생이 1969년 야나기 무네요시가 ‘우리 미술 본질을 선‘이라 단정했다면서 그 본질에 ‘선’이 뭐냐 화두를 던졌어. 

경: 그래. 야나기 글에는 이렇게 써 었더라.  “대부분은 가난한 중들 생활의 기법이라고 하는데 어딘지 고요하고 구애받음이 없는 선(禪)의 경지가 있다. 수수한 맛이 있어서 이상한 깊이가 있다. 늘 사용하여 손에 익은 것은 그 맛이 한층 더하다.“ 

호: 조선의 가장 서민적인 기물이 일본에 가서 꽃을 피운 거지. 이런 일화도 있어. 오다 노부나가는 아버지 제삿상에 오른 귀하고 화려한 중국 도자기 차례상을 엎어요. 원하던 조선의 사발이 아니었던 거지. 센노가 유학승으로 조선에서 가져온 것은 일본의 뿌리와 근간이 되는 발우(사발)이었는데 그건 당시에 일종의 성배와 같은 개념이었다고. 

구본창 사진.
구본창 사진.
김용문 막사발.
김용문 막사발.
한글墨書茶盌. 17세기 초, 일본 야마구치 현의 하기(萩) 지방에서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끌려갔던 조선인 도공이 만든 한글 다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한글墨書茶盌. 17세기 초, 일본 야마구치 현의 하기(萩) 지방에서 임진왜란 당시 포로로 끌려갔던 조선인 도공이 만든 한글 다완.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경; 참 구본창 선생님한테 달항아리가 한국에는 없고 모두 외국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있어서 그걸 촬영한다고 엄청 고생한 얘기를 들었는데 혹시 그 배경에 야나기 무네요시가 있는 거니? 

호: 달항아리를 해외에 알리게 된 것은 야나기라기보다 버나드 리치와 루시 리 같은 영국인 때문이야. 중국 도자기 전문가이다보니 자연히 한국과 일본 도자기 아카이브 영역을 넓히다 ‘Moon Jar’가 송백자의 계보에서 조선으로 넘어가 달항아리가 됐는데 그게 그들 눈에는 현대적 아이콘으로 픽하기 좋았던 거지. 한 마디로 거대한 달항아리가 미니멀해 보였던 거야.

경: 그럼 그들이 해외로 달항아리를 다 가져 간 거야?

호: 아니. 그렇게 큰 걸 어떻게 다 가져가. 당시 일본 체류 컬렉터들이 조선 도자기 이것 저것 상품화하며 싹쓸이 해 갈 때 나간 거지. 도자기는 당시 삼성 반도체처럼 하이테크 산업, 돈 그 자체였으니 도자기 로드라는 실크로드를 잘 이해하면 일본 침략 이유도 명확하 알 수 있어.

경: 아, 그렇구나. 반도체라는 표현이 확 와 닿는다. 그럼 일본으로 간 도공들은 일종의 산업 스파이인가? 피납된 산업 스파이?

호: 일본에 끌려간 도공들 장사랑, 이삼평, 심수관 등… 모두 상놈이 사무라이 직분으로 대우 받으며 현대까지 수대에 걸쳐 명분가문으로 남아 있어. 

경: 잘 된 일이기도 하고 슬픈 일이기도 하네. 그래, 웃프다, 가 맞겠다.

호: 누나 유럽에서 메이지 시대, 일본의 서민 문화가 어떻게 꽃을 피운 지 알아? 그건 더 웃퍼. 도자기 싼 포장지(우키요에)에 유럽 귀족이 미쳐 모네며 고흐 고갱이며 인상주의 화풍에도 영향을 줬다는 거. 일본에 끌려간 도공 없었으면 아리타도 없고, 이마리도 없으며, 가케몽도 더구나 없었을 것이니 포장지(우키요에)가 만들어지고 그게 유럽까지 전해지는 일도 없었다는 거지. 

경: 진짜? 세상에 그런 우연 같은 필연이! 지금 케이 컬처의 세계화는 이미 우리 안에 내정된 성공 신화였구나 싶다. 

호: 근데 그걸 알아야 해. 야나기가 조선의 미를 ‘선’이고 또 ‘비애의 미’라 했는데, 그건 1920년대 글이고 선을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일본과 한국은 공통의 비애가 있어요. 망한다는 것, 어떤 성(돌)도 본질적으로 모래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亡 자, 봐봐. 칼이 구부러져 싸울 수 없다가 ‘망’자야.  그런데 괜찮아. ”망해야 산다”란 말도 있잖아(웃음).

경: 야, 이거 엄청난 희망의 말인데!! 다 같이 망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무서운 시대에, 망해야 산다니. 고맙다. 장호야!! 이보다 더 위로가 되는 말은 없겠어!

구본창.
구본창.
김경 작가 겸 칼럼니스트. 현재 인스타그램 '오별 아트' 편집장, 전 '하퍼스 바자' 편집부장, 경향, 중앙선데이, 한겨레21에서 활동한 칼럼니스트. '뷰티풀 몬스터'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저자.
김경 작가 겸 칼럼니스트. 현재 인스타그램 '오별 아트' 편집장, 전 '하퍼스 바자' 편집부장, 경향, 중앙선데이, 한겨레21에서 활동한 칼럼니스트. '뷰티풀 몬스터'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저자.
박장호..미술평론과 기획을 했고 영화 제작 및 시나리오 작가.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도공에 관한 소설 '풀'의 저자.
박장호..미술평론과 기획을 했고 영화 제작 및 시나리오 작가.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도공에 관한 소설 '풀'의 저자.
야나기 무세요시.
야나기 무세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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