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장안문거북시장 새숱막축제’에 모인 인파. (사진=필자 김우영)
‘제10회 장안문거북시장 새숱막축제’에 모인 인파. (사진=필자 김우영)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수원 장안문 밖 거북시장(느림보타운)에서 ‘거북이가 달린다-제10회 장안문거북시장 새숱막축제’가 열렸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 해놓은대로 첫날 가보려고 했으나 갑작스레 평택에 약속이 잡혔다. “두말 말고 나와야 한다”는 안동 출신 김승종 시인이다. 대학교수를 하다가 지난해 정년퇴직한 후 꽤나 자주 만나고 있다. 김승종은 수도권에 사는 문창갑, 김미구와 함께 옛 ‘시림(詩林)’ 동인활동을 함께 했다.

이번 모임엔 나와 김승종, 문창갑, 김미구 네 명이 만났다. 최근 제주도 오승철 시인이 세상을 떠났기에 분위기는 유쾌하지 않았다. 그와의 생전 추억을 이야기 하다가 부산에 사는 최영철 시인과도 돌아가며 통화를 했다.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살면서 자주 만나자는 초로(初老)의 동인들...술도 별로 당기지 않았다. 다음엔 수원에서 만나자며 헤어졌다.

3일 오후 3시에 창룡문 안 잔디밭에서 열리는 무예24기 마상무예 공연 ‘선기대(善騎隊), 화성을 달리다’를 보고 거북시장으로 갔다.

‘선기대‘는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창설한 친위군영 ‘장용영’의 기병 부대다.

‘선기대, 화성을 달리다’는 무예도보통지를 토대로 보병과 기병이 익혔던 군사무예를 고증해 펼쳐졌다. 마상기창, 마상쌍검, 마상편곤, 마상월도, 기사(騎射), 마상재 등이 펼쳐졌다. 여기에 더해 자객의 습격을 막기 위한 교전과 베기까지 박진감있게 재연해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약 1시간가량 진행된 공연이 끝나고 거북시장으로 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한 가득이다. 화성연구회 회원들과 오랜 수원토박이들, 안면이 있는 상인 등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손짓을 하며 한잔 한입을 권한다.

이번 행사엔 특별한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얼마 전 서각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친 김충영 전 화성연구회 이사장이자 전 팔달구청장의 ‘영화역 복원을 위한 목판 인쇄 체험 부스’다. 그가 목판에 새긴 영화역도를 인쇄해 나눠주는 행사다.

그런데 왜 축제 명칭이 ‘새숱막’일까?

1794년 수원화성을 축성하면서 전국에서 모인 성역 일꾼들을 위해, 그리고 이곳으로 이전 건립된 ‘영화역’으로 인해 새로운 술막거리가 조성됐다. ‘새술막’이다. 새술막은 ‘새수막’ ‘새숱막’으르 불리기도 했다. 성역총리대신 채제공이 부족한 성역 공사비를 마련하느라 일부러 조성했다는 ‘설’도 있다. 즉 일꾼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주막거리를 만들었고 이들에게 지급된 노임을 다시 술값으로 환수해 성역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이곳은 또 다시 전성기를 누렸다. 음식점과 유흥업소, 숙박업소가 다투어 들어서면서 수원시의 대표적인 번화가가 됐다. 하지만 상권은 생명체였다. 인계동, 영통, 수원역 등지가 번화가가 됐다. 거북시장은 쇠락했다. 새술막은 헌술막이 됐다. 상인들은 자구책을 마련했다. 당시 수원시의 공무원이자 도시계획박사인 최호운 현 화성연구회 이사장이 도시계획 전문가들과 팀을 꾸려 거북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2008년 겨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연구진과 지역 전문가들이 거북시장 상인회와 마음을 모았다. 경제개발시기 사람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명소로서 영광의 시간을 보내던 그 옛날을 다시 한 번 재현해보자는 의지의 불씨를 점화했다. 이듬해 5월 ‘거북시장 경관협정’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어 ‘2011년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에 선정됐다.

프로젝트의 일등공신은 최호운 박사다. 그는 초기부터 현재까지 도시 활력 증진을 위한 경관사업에 몰두했다. 모두 허물고 다시 짓는 재개발이 아니라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는 도시재생에 역점을 두었다.

2014년 6월 경관사업이 준공됐다. 새술막 옛길이 복원됐고, 영화역 복원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역사와 전통이 가미된 특화거리 조성을 위한 축제들도 지금껏 계속되고 있다. 1월 고유제, 2월 척사대회, 3월 장승제, 4월 연등제, 5월 새술막축제, 6월 손님맞이축제, 7월 거북시장축제, 8월 노래자랑, 9월 음식문화축제, 10월 당제, 11월 풍물축제 그리고 12월 성탄절축제 등 일 년 내내 축제가 열린다.

새숱막축제를 즐기는 시민들. (사진=필자 김우영)
새숱막축제를 즐기는 시민들. (사진=필자 김우영)

거북시장 살리기 프로젝트엔 상인은 물론 도시계획·조경 전문가와 (사)화성연구회 회원 등 지역 문화 인사들도 합류했다. 나도 초창기인 2008년부터 참여해 손을 보탰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코로나 19 등으로 상인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거북시장이 거듭나 그 옛날 새술막거리의 영화를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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