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수목원 온실과 연못. (사진=필자 김우영)
영흥수목원 온실과 연못. (사진=필자 김우영)

운동삼아 종로에서 영흥수목원까지 걷는 길, 햇볕은 뜨거웠다. 비교적 빠른 내 걸음으로도 1시간 30분 정도 걷는 동안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그러나 자동차 소음과 매연에 숨 막히는 대로와 고층 아파트 숲을 지나 영흥수목원으로 향하는 진짜 숲속으로 들어선 순간 고행의 길은 행복한 치유의 길이 됐다.

영흥공원 숲에 들면서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고맙다’는 것이었다. 고층 건물로 빽빽한 도심 속 이만한 녹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숲을 파괴하지 않고 공원과 식물원을 만든 수원시의 행정에 마음으로나마 감사를 표했다.

얼마 전 지역신문에 ‘물향기수목원 초미세먼지 저감 사례를 주목한다’는 사설을 썼다. 경기도산림연구소가 2020년 4월부터 3년간 수목원 외부(동·서쪽) 및 내부에 초미세먼지 측정기기를 설치, 수목원을 통과하는 초미세먼지(PM-2.5기준) 여과 정도를 분석 실험했는데 수목원 내부 미세먼지는 외부보다 평균 31.2% 더 낮았다는 것이다. 바람이 수목원을 통과할 때의 초미세먼지 여과 효과도 뚜렷했는데 서풍이 통과하면 18.4%가, 동풍 때는 16.9%가 여과됐다고 한다.

“복잡한 구조의 도시 숲 나무와 풀들이 통과하는 미세먼지를 흡착, 차단 및 기공으로 흡수해 토양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감소하는 것”이란 연구소의 설명처럼 도시 숲의 중요성이 증명됐다.

최근 수원의 도심형 수목원인 일월수목원과 영흥수목원이 개장했다. 일월수목원은 지난 4월 사전공개 때 가본 참이라 이번에는 영흥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흥수목원은 영통구 영통로 435에 조성됐다. 14만6000㎡ 면적에 1084종 4만2000여주, 11만8000여본의 식물이 있다. 원래 얕은 산지 지형이었던 터여서 삼림욕을 하듯 산책을 하면서 정원문화를 즐길 수 있다.

영흥수목원 전시숲길. (사진=필자 김우영)
영흥수목원 전시숲길. (사진=필자 김우영)

수원시 관계자는 “기존 산지를 살려 조성된 영흥수목원은 영통지구 아파트 숲 사이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숲 속 산책로를 구현해 낸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방문자센터 자체가 커다란 산장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입구부터 산장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가 펼쳐진다. 일월수목원처럼 전면에 유리창을 통해 수목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데, 양 쪽 산지가 양 팔로 감싸 안은 모양이라 개방감보다는 아늑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오래 전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다. 방문자센터부터 온실까지는 원래 계단식 논이었다. 이곳에 암석원, 블루밍가든, 그라스원, 계절초화원 등 주제별 정원을 꾸며놓았다.

논은 일부를 남겨놓았다. 이 논에서는 지난 8일 토종벼를 심는 ‘한반도 16도 토종벼 논 정원’ 모내기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한반도 16도를 대표하는 토종벼와 수원시와 연관 있는 ‘수원조’, ‘통일벼’를 심었다.

통일벼를 심은 논. (사진=필자 김우영)
통일벼를 심은 논. (사진=필자 김우영)

통일벼라...내 어렸을 적 통일벼를 본적이 있다. 통일쌀은 맛이 없다며 다른 품종을 심으면 면직원들이 나와 모두 뽑아 버리고 통일벼를 심게 했던 기억도 난다. 사실 통일벼는 안남미처럼 찰기가 없고 맛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소출은 좋았다. 통일벼는 다수확 품종으로써 다른 품종들보다 30% 정도 높은 생산성을 보였다. 병해충에도 강했다. 통일벼는 1972년부터 농가에 보급됐는데 1976년 통일벼 재배 면적은 전체 면적의 44%. 수확량도 평년보다 21.8%가 증가한 521.5만 톤이나 됐다. 1977년에는 600.5만 톤으로 더 증가했고 쌀 자급률 113%를 기록, 우리나라는 드디어 쌀 자급자족의 시대를 맞았다. 1970년대 중반 우리집에서도 드디어 흰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영흥식물원에는 아열대식물을 주제로 꾸민 온실이 있다. 가장 아래쪽 수연지와 온실은 물을 테마로 연결돼 열대지방 느낌을 물씬 풍긴다. 온실은 아열대식물을 주제로 꾸며졌다. 이곳에서는 외국여행에서나 볼 수 있는 망고열매와 코코넛야자도 볼 수 있다.

전시숲과 생태숲은 걷기에 좋다.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산딸나무, 대표적인 정원수목인 단풍나무, 목련나무 등을 만날 수 있다.

영흥수목원 책마루.(사진=필자 김우영)
영흥수목원 책마루.(사진=필자 김우영)

영흥수목원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곳은 책마루였다. 계단 형식으로 조성된 아늑한 공간이다. 책꽂이에 있는 정원 관련 도서를 읽거나 그냥 앉아 쉴 수 있는 곳이다.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이므로 숲 공원 산책 도중 이용하면 좋은 곳이다.

일월수목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영흥수목원. 앞으로 자주 방문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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