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막걸리집 ‘행궁연가’에서 열린 수원시인협회 한여름밤의 시낭독회.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행궁동 막걸리집 ‘행궁연가’에서 열린 수원시인협회 한여름밤의 시낭독회.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수원시인협회는 수원시인들의 모임이다. 필자도 회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젠 고문이다. 2대 회장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1년 후배인 김준기 시인이 회장이다.

김 회장이 수원시인협회 회장이 되면서 활기가 넘친다. 연간 회원 문집인 ‘수원시인’도 차질 없이 발간되고, 이런저런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정조대왕 숭모 전국백일장 행사를 매년 치러내고 있다. ‘수원시인상’ 시상식도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한해를 제외하곤 계속되고 있다.

김준기 시인이 회장을 맡고 나서 몇 가지 사업이 늘어났다. 하나는 시낭독회이고 다른 하나는 시와 막사발의 만남 전시회다. 시와 막사발이 만나는 이색적인 전시회는 이달 25일부터 31일까지 화성행궁 옆 행궁길 갤러리(화성사업소 1층)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막사발 작가 김용문 씨가 수원시인협회 회원들의 시를 자신이 빚은 막사발에 쓴 뒤 구워낸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다. 60점 정도가 전시될 예정이다.

김용문 작가는 지난 6월 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플러스9에서 ‘불의 숨결위에 시의 혼을 입히다’란 개인전을 가진 적이 있다. 이 때 그가 도판에 쓴 시는 수원시인협회 시인들의 작품이었다.

아마도 이번 전시회엔 인사동 시‧도판 작품들도 함께 걸릴 것이니 다채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 되는 독자께서는 한번 들러보시길 권한다.

시낭독회는 지난 6월23일 저녁 때 열렸다. 장소는 행궁동 사람들이 운영하는 협동조합 ‘행궁연가’다. 지난해 시낭독회 장소도 여기였다.

고은숙 고은영 김애자 김우영 김종두 김준기 성백원 송유나 신향순 이상정 이종구 임병호 전영구 정의숙 조영실 진순분 한희숙 홍문숙(가나다 순) 시인들이 자작시를 낭독했다. 초여름 밤 막걸리 양조장 겸 영업장 행궁연가 앞마당에서 열린 시낭독회는 운치가 있었다. 동네 문화공간을 겸하는 이 집은 마당에 무대와 탁자와 비치파라솔까지 설치돼 있어서 작은 행사를 하기에 적당하다.

행궁연가는 지난해 봄 문을 열었다. 북수동 250-1번지(도로명 주소 정조로 860번길 19-3)에 있다. 장안사거리 남쪽 횡단보도가 있는 작은 사거리에서 수원천 쪽으로 가면서 왼쪽 얌얌분식과 로맨스모텔 사이, 골목 초입이다. 수원양조협동조합이 만든 막걸리 ‘행궁둥이’를 마실 수 있는 곳인데 최근엔 젊은 여성이 영업을 맡아 안주가 다양해진데다 막걸리를 선호하지 않는 이들을 배려, 생맥주와 병맥주, 소주도 들여놓았다. 떡볶이도 있다. 산책하다가 잠깐 들러 막걸리나 생맥주 한잔 하는 재미가 있다.

행궁둥이 막걸리는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에서 생산된다. 수원지역 쌀(효원 쌀)을 주원료로 한다.

행궁둥이 막걸리는 황현노 이사장 등 행궁동 주민들에 의해 탄생했다. ‘행궁동에 오면 궁둥이를 붙이고 꼭 마셔야 하는 막걸리’라는 뜻이다. ‘~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접미사 ‘-둥이’가 붙어 ‘행궁동에서 태어난 술’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날 푸짐하게 차려놓은 안주와 요깃거리와 행궁둥이 막걸리를 양껏 먹었다.

김준기 시인, 회장노릇을 하느라 고생이 많다. 수원시인협회는 회비를 별도로 받지 않는다. 연간문집을 낼 때 조판비와 시낭독회 때 협찬금을 받는 정도다. 모자라면 회장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사진=이용창 화성연구회 이사)

그러니 언제까지 그를 부려먹을 수 있을까? 전임 회장으로서 걱정된다. 생각 같아서는 종신직으로 두고 싶은 데 그러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그러니 한 5년만 더 일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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