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26일 540년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영통구 단오 어린이공원 내 할아버지 느티나무가 폭우와 강풍에 쓰러졌다. 수원시민의 가슴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같은 해 12월 화성시 팔탄면에 있는 530년 된 느티나무가 고사했다. 이듬해엔 영통구 매탄동 866-25번지에 위치한 수령 270년 느티나무 두 그루가 고사했다. 주변 절개와 콘크리트 벽 설치 등 개발에 따른 고립이 원인이었다. 이들 나무는 모두 보호수였으나 보호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이후 수원시는 보호수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수원시는 장마철을 앞두고 관내 지정 보호수 23주를 점검한 결과, 수목 생육 상태와 안전시설물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하다고 발표했다. 수원시 담당 공직자, 나무병원 전문가 등 3명이 지난 6월 지정보호수 23주(느티나무 17주, 향나무 2주, 은행나무 2주, 소나무 1주, 상수리나무 1주)를 점검했다. 장마철 폭우·태풍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생육환경, 병해충 피해 여부, 외과수술 부위 경과, 안전 시설물(지지대·당김줄) 등을 살폈다.

이 결과 전반적인 수목생육 상태와 철제지지대·당김줄 등 안전대책 시설물 상태가 양호했다. 하지만 일부 보호수 외과수술 부위를 보완하고, 맹아·고사지 제거 조치 등이 필요한 상태여서 응급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사실 보호수를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수령이 오래되면서 나무 중심이 비어 있는 경우가 많고 나무와 가지와 잎이 달린 부분인 수관이 거대해 태풍·집중호우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수원시와 전문가의 설명이다.

지난해 9월 12일 국민의힘 안병길 국회의원(부산 서구동구)이 산림청에서 받은 '전국 보호수 관리실태'에 따르면 전국에 보호수는 1만3859그루였다. 이 가운데 경기도내엔 1056그루가 있다. 그런데 보호수 피해가 만만치 않다. 2017년 8건, 2018년 10건, 2019년 26건, 2020년 22건, 2021년 20건, 2022년 7월까지 25건의 도내 보호수가 자연 고사하거나 천재지변과 재난재해, 훼손 등의 피해를 당했다.

안 의원은 산림청의 보호수 예산이 부족한 탓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에 처음으로 '노거수 안전관리사업'이라는 명목으로 15억원 예산이 편성됐을 뿐이다. 이 예산으론 전국의 노거수 25%만 관리할 수 있다. 나머지는 어쩌란 말인가.

수원시는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고, 문제를 발견하면 신속하고 적절하게 조치해 보호수를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그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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