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시인협회.막사발장인 김용문, 시 담은 막사발전시회

-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행궁길 갤러리(화성행궁 남쪽 옆)에서

 

시·막사발 전시회 포스터.
시·막사발 전시회 포스터.

또 즐거운 일이 생겼다. 7월 25일부터 31일까지 행궁길 갤러리(화성행궁 남쪽 옆)에서 수원시인협회가 막사발 명장인 김용문 작가와 함께 시도자전 ‘불의 숨결에 詩의 魂을 담다’ 전시회를 열기 때문이다.

전시회도 설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생각에 마냥 기쁘다.

주변에서는 나이 들어가는데 뭐가 그리 기쁘고 즐겁고 재미있느냐고 묻는다. 농담 삼아 이렇게 대답한다. “군대 다시 안가서 좋지. 시험걱정 안 해서 좋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이나 공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지, 학교나 직장에서 보기 싫은 놈 안 봐서 좋지, 전철 공짜로 타서 좋지, 야구장 반값으로 들어가 좋지, 예쁜 여인들 뒤태 힐끔거리지 않아서 좋지...” 그러고 보니 늙어서 좋은 점이 참 많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안 좋은 일도 있긴 하다. 깜박깜박 증세가 점점 심해진다는 것, 몸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 벌이가 줄어든다는 것, 주변사람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난다는 것...

그래서 우울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이라. 황무지 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해도 곳곳에 나무 숲 우거진 청산은 있다. 마음먹기 따라.

“출생과 죽음은 피할 수 없으므로 그 사이를 즐겨라”는 명언을 남긴 미국 하버드대학교 철학 교수 조지 산타야나(1863~1952)는 “웃지 않는 노인은 바보”라고 했단다. 그 앞에는 “울어 보지 않은 청년은 야만인”이란 말이 붙어있긴 하다. 옳은 얘기다. 웃지 않고 화만 내는 노인을 누가 좋아할 것인가.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으니 그만 바보가 된다. 난 그런 노인이 되지 말아야지.

이야기가 옆길로 빠졌다.

지난 봄 나와 김준기 수원시인협회 회장, 튀르키예 앙카라 하제테베대학교 교수인 김용문 작가가 만나 전시회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것이 현실화됐다.

전시회 명칭은 김준기 회장이 ‘김용문 명장과 함께 하는 수원시인협회 시도자전-불의 숨결에 詩의 魂을 담다’라고 멋지게 지었다.

김용문 작가는 8월에 오산과 화성 양감에서 국내외 막사발 작가들이 참여하는 막사발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느라 양감에 가마를 앉혔는데 거기서 수원시인들의 작품을 ‘개시’한 것이다.

지난 6월 방학을 맞아 다시 한국에 들어와 무더위 속에서 만들어낸 작품들을 보니 만족스럽다.

임병호 시인의 시.
임병호 시인의 시.
김애자 시인의 시.
김애자 시인의 시.

김준기 회장의 ‘모시는 글’도 착착 눈에 감긴다. 소리 내어 읽어보면 더욱 감칠 맛 있다. 누가 시인 아니랄까봐.

“그릇의 틀을 잡을 때만 장인의 손길이 가고 나머지는 자연의 섭리가 있어야 빚어지는 작은 우주, 그릇은 옹달샘이 됩니다. 그 샘물 위로 빗방울이 듣고 꽃잎이 지고 달이 뜨고 때로는 눈물이 번지기도 합니다.

불의 숨결에 시의 혼을 담을 때 그 샘물 위로는 어떤 꽃그림자가 이우는지 누구의 노래가 물수제비를 뜨고 지나는지 함께 느끼고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수원시인협회 시도자전-불의 숨결에 詩의 魂을 담다’에는 어느덧 원로가 된 임병호 시인을 비롯해 31명의 수원시인협회 회원들이 참여, 60점 정도가 전시된다.

 

<참여시인>

고은숙 구향순 권명곡 김도희 김순덕

김애자 김우영 김준기 박복영 서순석

성명순 성백원 송소영 송유나 신향순

윤민희 이경렬 이상정 이정순 이춘전

임병호 임애월 전영구 정 겸 정명희

정의숙 조영실 진순분 허정예 한희숙

홍문숙 (가나다 순)

 

김용문 작가는 오산출생으로 홍익대, 같은 학교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2년 ‘토우전’을 시작으로 30차례 가까운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세계막사발장작가마 페스티벌을 창설해 매년 수원과 오산 등 국내와 중국, 일본, 캐나다, 아르헨티나, 튀르키에 등 해외에서 열고 있다.

김용문 작가가 평생을 바치고 있는 막사발은 우리 선조들이 밥그릇, 국그릇, 막걸리 사발 등 생활그릇으로 사용하던 그릇이다. 막사발은 자연스러움이 담긴 그릇이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찻잔으로 각광받았으며, 조선도공이 만든 막사발은 보물(이도다완:井戶茶碗)이 되었다. 김용문은 묵묵히 장작가마에 불을 지펴 막사발을 만들어 왔다.

나는 이번 전시회에 3점을 내놓았다. 그런데 벌써부터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우선 내가 하나는 챙겨야 하겠고 나머지 두 개는 누굴 주나...아하, 고민스럽다.

아니다. 이 또한 즐거움이다. 앞으로도 이런 고민이 많이 생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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