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민원인을 상대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여성세무공무원이 깨어나지 못한 채 16일 숨을 거뒀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에게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 45세인 강윤숙 동화성세무서 민원팀장은 지난달 24일 오후 화성시 동탄 소재 동화성세무서 민원실에서 부동산 관련 서류 발급을 위해 방문한 민원인이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날이 강 팀장이 민원 응대 우수 직원으로 뽑힌 날이었다고 한다.

민원인은 법적 요건이 안 돼 부동산 관련 서류 발급을 받지 못하자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팀장은 민원실 담당직원과 민원인 사이에 언쟁이 발생하자 대신 응대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민원인은 휠체어에 의지해 업무를 보고 있는 김팀장을 향해 “팀장 같지도 않은 사람이 팀장이냐”는 발언도 했다고 알려졌다. 가슴을 부여잡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진 사람에게 “쇼하지 말고 일어나라”는 소리까지 했다니 억장이 터질 일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세청은 악성 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 세무서 민원 봉사실에 녹음기를 일괄 보급하기로 했다.

공공기관에 대한 악성민원과 폭력이 판을 치고 있다. 몇 해 전엔 봉화군 소천면사무소에서 엽총을 난사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고, 충남 산림자원연구소에서는 민원인의 성희롱에 여성 공무원이 기절한 일도 발생했다.

독재·군사정권이 종식되고 민주화가 된 이후 국민의 주권이 굳건해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이 권리를 잘못 이해해 공무원을 대상으로 악성 민원행위를 일삼고 있다.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월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 4484건에서 2021년 5만 1883건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고 보도되지 않는 악성민원은 헤아리기 힘들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난 7월엔 서울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런데 사망 전 몇 달 동안 학부모 10명으로부터 민원 등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교사들은 이 과정에서 상당한 심리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교육부의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취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공립 초·중·고 교원은 100명이나 됐다.

지난 17일 안산시는 악성 민원인 폭언·폭행 등 위법 행위로부터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하반기 특이민원 비상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오죽하면 공무원들이 이런 훈련까지 해야 했을까. 공무원들은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아버지다. 딸이자 아들이다. 지역에서는 한두 다리만 건너도 우리의 이웃이다.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한 근무환경이 조성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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