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시루봉에 세웠던 표석. 수원시가 1992년 12월 23일 시루봉에 세웠다가 2007년 광교산 아래 버스종점으로 옮겼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광교산 시루봉에 세웠던 표석. 수원시가 1992년 12월 23일 시루봉에 세웠다가 2007년 광교산 아래 버스종점으로 옮겼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오래간만에 원천저수지에서 시작해 광교산을 오르니 예전의 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지금부터 20여 년 전 일이다. 늦게 얻은 아들이 약하게 태어나 부모로서 항상 건강에 신경을 써야 했다. 어느 날 아내는 아들의 건강과 교육을 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당시 필자는 옛 지도에 관심이 많아 2000년에 수원의 옛 지도책 발간을 주관한 일이 있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이미 대동여지도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고 있던 터라서 수원 매탄동 집에서 고향인 화성시 우정읍 쌍봉산까지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산맥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매탄동 집에서 제일 가까운 산은 원천유원지 입구 원천배수지 부분이었다.

수원지방 대동여지도. 김정호가 1861년에 제작했다. 수원지방은 광교산을 주봉으로 동쪽으로는 형제봉에서 문암골~경기대~경기남부경찰청~봉녕사~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아주대~원천배수지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광교산에서 지지대고개~의왕 오봉산~수리산~칠보산~수원대 뒷산~화산(융건릉)과 장안대 뒤 삼천병막골로 이어져 이곳에서 안중방향, 조암방향, 남양방향 등 3갈래로 갈라진다. (자료=수원시)
수원지방 대동여지도. 김정호가 1861년에 제작했다. 수원지방은 광교산을 주봉으로 동쪽으로는 형제봉에서 문암골~경기대~경기남부경찰청~봉녕사~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아주대~원천배수지로 이어지고, 서쪽으로는 광교산에서 지지대고개~의왕 오봉산~수리산~칠보산~수원대 뒷산~화산(융건릉)과 장안대 뒤 삼천병막골로 이어져 이곳에서 안중방향, 조암방향, 남양방향 등 3갈래로 갈라진다. (자료=수원시)

필자는 수원시 도시계획과장 시절인 2002년 광교택지개발사업지구 지정을 위한 기초조사와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지구지정 신청 업무를 담당했다. 2003년 6월 10일자로 수원시 화성사업소가 출범하게 됨에 따라 세계문화유산을 전담하는 화성사업소로 자리를 옮겼다.

수원시 개발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터라서 광교지구에 대한 관심은 누구보다 많았다. 그래서 가족과 함께 주말이면 원천저수지에서 경기대학교로 이어지는 산행을 하다가 고향인 우정읍 쌍봉산까지 산길을 걸었다. 산행을 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많은 모습을 사진에 담아 두기도 했다.

당시 산행을 하면서 수원의 산맥이 잘린 것을 아쉬워했다. 원천저수지부터 경기대학교까지 5km 정도 되는 구간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곳은 이미 2개소가 잘려 있었다. 경기남부경찰청 뒷부분으로 43번국도가 통과하면서 산길이, 월드컵경기장 옆으로 도로를 만들면서 산허리가 잘렸다. 당시는 광교택지개발사업에서도 2개 노선이 산맥을 관통하게 돼 산맥이 잘리게 될 형편이었다.

광교산에서 원천저수지까지 연결되는 산맥을 어떻게든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홍기헌 수원시의회 의장께 설명했다. 홍 의장은 뜻있는 수원시의원들과 함께 현장을 답사하자고 했다. 수원시의원 15명이 참여했고 필자는 원천저수지에서 경기대학교 구간의 현장을 안내했다.

이러한 활동은 이후 ‘사단법인 광교산’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이 모임은 광교택지개발사업을 주관하는 경기도시공사로 하여금 광교산에서 원천저수지까지 이어지는 산맥에 4개소의 생태교량(에코브릿지)공사를 이끌어 냈다. 대동여지도에 표기된 수원의 산맥을 지키게 된 것이다. 

재미난 일화를 소개한다.

광교산에서 경기대학교를 거쳐 원천저수지로 연결되는 산맥은 역사 이래로 수원시와 용인시를 나누는 행정구역 경계지점이었다. 1983년 2월 15일 용인군 수지면 이의리와 하리가 수원에 편입됐다.

광교산 표석 뒷면. 광교산의 유래를 적었다. 1992년 12월 23일 세운 표석.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광교산 표석 뒷면. 광교산의 유래를 적었다. 1992년 12월 23일 세운 표석.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수원시 제18대 이호선 시장은 초대 민선시장의 꿈을 가지고 수원시의 기념비적인 여러 사업을 전개했다. 1992년 12월 23일 광교산 정상 시루봉에 광교산 표석을 세웠다. 그런데 1997년  7월 16일 용인 연합신문이 광교산 표석이 용인시 구역임에도 수원시장 명의로 표석을 세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광교산 현재 표석. 용인시가 2007년 6월 16일 푯대봉에 세웠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광교산 현재 표석. 용인시가 2007년 6월 16일 푯대봉에 세웠다.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이후 용인시는 광교산 정상이 용인시 구역임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하는 작업을 벌였다. 

또한 정상부분이 시루봉이 아니고 푯대봉이라고 주장했다. 시루봉은 정상에서 동쪽으로 150m 지점임을 주장하며 표석의 철거를 주장했다. 수원시는 눈물을 머금고 광교산 표석을 광교산 아래 버스종점 지점으로 옮기게 됐다. 용인시는 2007년 6월 16일 광교산 정상 582m 지점에 현재의 표석을 세웠다.

나비잠자리다리’ 경기대에서 원천저수지 구간 4개 생태교량 중 월드컵경기장 뒤편에 있는데 4개가 비슷한 형태. 2011년 8월에 완성했다. (사진=김충영 필자)
나비잠자리다리’ 경기대에서 원천저수지 구간 4개 생태교량 중 월드컵경기장 뒤편에 있는데 4개가 비슷한 형태. 2011년 8월에 완성했다. (사진=김충영 필자)

수원의 지형은 전국에서도 특이한 지형을 가지고 있는 도시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수원의 동쪽산맥에 4개소의 생태교량(에코브릿지)을 설치했다. 남쪽부터 살펴보면, 구법원 옆을 통과하는 ‘갈참나무 다리’, 아주대 옆으로 통과하는 ‘소나무다리’, 월드컵운동장 옆을 통과하는 ‘나비잠자리다리’, 경기남부경찰청 옆을 통과하는 ‘반딧불이다리’를 만들게 됨에 따라 산맥이 연결됐다. 서쪽 또한 칠보산에 생태교량을 만들면서 산맥이 연결됐다. 

영동고속도로와 북부순환도로가 통과하면서 잘린 광교산. (사진=수원시 항공사진서비스)
영동고속도로와 북부순환도로가 통과하면서 잘린 광교산. (사진=수원시 항공사진서비스)

그런데 팔달산으로 이어지는 중앙지점의 산맥에 영동고속도로와 북부순환도로가 통과하면서 산맥이 끊기게 됐다. 이 부분은 연결돼야 한다. 이는 수원의 정체성을 연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수원시민들의 건강과 여가 선용을 위한 산행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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