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마음 속 영원한 멋진 선생님'이었던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명복을 빈다. (사진=필자 김우영)
학생들에게 '마음 속 영원한 멋진 선생님'이었던 용인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명복을 빈다. (사진=필자 김우영)

지난 7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에 이어 최근 서울 양천구와 전북 군산의 초등학교 교사, 용인시 고교 교사 등 3명이 나흘 새 연이어 목숨을 끊었다. 참담한 일이다.

교사들의 위기감과 분노도 가일층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4일 서이초 교사 49재엔 전국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로 정하고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왔다.

그날 저녁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사)화성연구회 유성재 이사의 문자를 받았다.

“형, 숨진 용인 고등학교 교사가 마당선생 00이야.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대. 속상해”

아, 이런 이런...뉴스에 나온 용인의 교사가 그이였구나. 그가 간 것이었구나.

‘마당선생’은 우리가 지어준 그의 별명이었다. 체육 교사이기 때문에 좁은 교실보다는 탁 트인 운동장, 즉 큰 마당에서 학생들과 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본인도 이런 호칭을 싫어하지 않았다.

최근엔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10여 년 전만 해도 한 달에 두어 번은 만나 식사를 하고 반주도 즐겼다. 술자리에서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행에도 동행하곤 했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한 여행사의 팸투어에 초청받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함께 다녀왔다.

그는 참교육자였다. 학생들을 사랑했다. 교사를 하기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사람들이 어울리는 술자리도 좋아했지만 적어도 내 눈 앞에서는 실수를 한 적이 없다. 늘 빙긋이 웃었지만 품성이 올곧아 불의와는 타협할 줄 몰랐다. 교사들의 목표인 교감·교장 진급에도 별 관심이 없었다고 들었다.

이런 인간적인 면모를 좋아한 유성재 이사가 그를 소개했다. 그와의 만남은 늘 유쾌했다. 그 뒤 내가 퇴직을 하고 유 이사도 직종을 바꾼 뒤 만날 기회가 줄어들었지만 어떻게 사는가 늘 궁금했다.

그런데 이런 믿지 못할 비보가 전해진 것이다.

KBS뉴스에서 그의 아들로 짐작되는 유족이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보았다.

“마지막에는 경찰 고발까지 하셔서 저희 아버지께서 압박감을 많이 받았던 상태였거든요.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되게 많이 무너지셔서 근 두 달간은 굉장히 우울하셨던 것 같아요. 다치신 분, 다치게 한 분 이 분들이 사회적으로 2차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천붕지통(天崩之痛) 속에서도 다친 학생과 가해 학생을 걱정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의 말 가운데에 고소를 한 이에 대한 원망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전에 고인의 따듯하고 곧은 성정을 느낀 바 있지만 가정교육 역시 나무랄 데 없었던 것이다.

한 블로거는 “체육시간에 교사가 장염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남학생이 공으로 여학생의 눈을 맞추었고 여학생의 부모가 남학생과 교사를 고소한 사건​. 여학생은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크게 다쳤기에 고소한 부모의 마음은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교사가)얼마나 힘들었으면 정년 1년 앞두고 자살을 택했을까?”라고 썼다. 그러면서 “수업 중 발생한 일을 교사 한 사람이 떠안고 가기에 너무 힘겨웠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나도 이 블로거의 의견에 생각을 같이 한다. 마당선생은 ​정말로 “행실이 바르고 직업에 자부심이 있었던”사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학교 정문 옆에 붙은 학생들의 애도 쪽지들을 보면 그가 어떤 선생님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선생님께서 저희 체육시간을 맡아주셔서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수업했습니다”

“행복한 체육수업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체육시간이 기다려졌어요”

"선생님, 항상 밝은 미소로 인사해주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께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행복했습니다“

“칭찬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는데 막상 저희는 선생님의 아픔에 귀 기울이지 못해 죄송합니다”

“선생님께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가신 곳에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학생들에게 마당선생은 “마음 속 영원한 멋진 선생님”이었음을 알 수 있다.

4일 열린 서이초 교사 49재 ‘공교육 멈춤의 날’엔 현직 교사와 함께 학부모와 학생들, 교대생 등 12만 명이 넘는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선생님들이 ‘공교육 멈춤’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거리로 나선 것은 우리나라 교육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지금 교권 추락현상은 심각하다. 그 와중에 마당선생도 세상을 등졌다.

“마당선생, 아직도 그 웃음소리가 귓전에 남아 있는데... 퇴직하면 편안하게 한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부디 세상의 은원일랑 접고 천국·극락으로 잘 가시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족들에게도 마음이나마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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