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남창동 19번지 한옥. (사진=화성연구회)
방치된 남창동 19번지 한옥. (사진=화성연구회)

[수원일보=이민정 기자] 유네스코 세계유산 수원화성 내의 한옥이 급속하게 사라져 가고 있어 전통과 역사, 문화유산적 경관 보존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단법인 화성연구회(이사장 최호운)는 지난 8월 기존 한옥의 보존을 위한 성내 한옥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회 분과인 모니터링위원회(위원장 김관수) 주관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 2009년 화성사업소에서 발행한 ‘수원화성 내 한옥 현황조사’에 들어있던 한옥 가운데 상당수가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성안 양호한 한옥 건물은 13채에 불과

2009년 현황조사에는 성안에 총 66채의 한옥(양호상태 21채)이 있었지만 2023년 8월 현재는 총 43채로 줄었으며 그나마 양호한 상태의 건물은 13채에 불과했다. 공공시설을 위한 철거, 현대식 일반 건물 재건축, 신한옥 재건축 등을 위해 14년 만에 무려 23채, 35%가 소실(消失)된 것이다.

화성연구회는 현재 남아 있는 기존 한옥의 경우 일부는 리모델링해 지속 사용하는 예도 있으나 남창동 19번지 같이 빈집으로 방치된 예도 있었다고 밝혔다.

남창동 19번지 한옥 내부. (사진=화성연구회)
남창동 19번지 한옥 내부. (사진=화성연구회)

김관수 모니터링 위원장은 “수원화성은 대형건축을 규제하는 법령에 의거, 사적(史蹟)으로 지정해 아파트와 대형건물이 없는 역사 도시로 남을 수 있게 됐지만 건물이 노화됨에 따라 새롭게 건물을 짓는 경우 한옥이 아닌 현대 일반건축이 많이 건립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 위원장은 2010년대 수원시가 ‘한옥지원 조례’를 만들면서 한옥을 많이 짓도록 장려해 왔지만 건축주들은 지원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 경제적 원리에 따라 연립주택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 수원화성의 문화유산적 경관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기존 한옥을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한옥 보존 위해 ‘한옥지원조례’ 개정 필요

하지만 기존 한옥은 노후로 인해 점차 사라져 가고 있고 앞으로는 그 속도가 점점 가속화되기 때문에 기존 한옥 보존을 위해 ‘한옥지원조례’를 개정, 더 많은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화성연구회의 주장이다.

수원시는 수원화성 내에 한옥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한옥 건축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사업은 수원화성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 한옥을 신축하거나 기존 한옥을 고쳐 짓는 시민에게 공사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한옥 촉진 지역’은 신풍동·장안동 일원으로서 이곳에 한옥을 신축하거나 개축하면 건축 연면적에 따라 공사비용의 50% 내에서 최대 1억5000만원을, 한옥 수선(리모델링)은 공사비용 50% 내에서 최대 1억1000만원을 지원해준다. 수원화성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신·개축은 최대 8000만원, 리모델링은 최대 60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남아 있는 한옥만이라도 온전하게 보존해야”

(사)화성연구회 최호운 이사장은 “1990년대 말까지 많은 전통 한옥은 성곽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역사 경관을 이루어 왔다”면서 “성곽 주변의 한옥들은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며 ‘세계유산 수원화성’의 가치를 배가시키는 훌륭한 자원으로서의 보존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2000년대 들어서 개발붐에 편승, 다세대, 다가구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많은 전통의 한옥들이 소실됐다.”고 안타까워했다.

“특히 이번 조사 대상인 남수동과 남창동 2곳은 한옥이 밀집해 있어 우수한 경관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앞으로도 특별관리를 해야 한다고 판단된다”면서 “새로운 한옥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라져 가는 옛 한옥을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제라도 남아 있는 한옥만이라도 온전하게 보존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성연구회 회원들은 세계유산 수원화성이 감싸 안고 있는 성안 한옥들을 보존한다면 수원화성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수원시 뿐 아니라 경기도와 국가가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번 조사자료 편집과 정리는 김관수 모니터링 위원장이 운영하는 여유당건축사무소(주)가, 현장조사는 화성연구회 모니터링위원회를 중심으로 △장안동·북수동-조인상 김용헌 윤의영 △매향동-김우영 김해자 △신풍동-이낙천 강희수 △남창동·팔달로1·2가-정수자 김연희 △남수동-김용교 김남옥 한정규 씨 등 회원 12명이, 자료 수집은 최호운 이사장과 김충영 전 이사장, 사무와 연락은 김미래 사무국장이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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