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화성연구회 강희수 사무총장은 부천에서 활동하다가 수원으로 이사 온 화가다. 수원에 살지만 부천 미협 수석부지부장이란 중책도 맡고 있다. 그의 그림들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은 중동 오거리 뒷길 송산사우나·주차장 옆 길거리에 있는 남문로데오갤러리였다. 그곳엔 그의 작품 십 수 점이 전시돼 있어 오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다. 그림도 난해하지 않아 좋았다. 집에 가져다 놓고 마냥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을 작품들이다. 지금은 부천에 거주하는 박상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강희수 작가는 아들과 함께 중동 구길 사거리에 있는 ‘달그림 드로잉갤러리카페’를 운영한다. 이곳엔 그가 아끼는 그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작가의 귀여운 손녀, 캔버스에 가득 활짝 핀 해바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편안해졌다. 지금은 이곳에도 박상기 작가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달그림 카페 내부. (사진=강희수 작가)
달그림 카페 내부. (사진=강희수 작가)

달그림카페에서는 커피와 각종 음료는 물론 저녁무렵 맥주도 가볍게 한잔 할 수 있어 벗들과 들르곤 한다. 사실 내가 이 집에 가는 이유는 우리를 맞아주는 주인장 강희수 작가의 미소가 더없이 푸근하기 때문이다.

그가 환갑이 지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화성연구회 회원들은 깜짝 놀랐다. 언뜻 보기로는 40대 후반 정도?

그의 열정도 나이를 의심케 한다. 무보수 봉사직인 화성연구회 사무총장으로서 각종 행사와 업무에 동분서주하면서도 짜증을 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팔달문 시장 방송국 일도 하고 있다. 카페 운영하고, 그림 그리고, 화성연구회 봉사하고, 방송일 하고, 집안 살림하고...몸이 두세 개는 돼야 할 것이다.

달그림 카페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면서 나만의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그래서 드로잉카페다.

“예전부터 드로잉카페에서 아크릴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지만 가격+시간적 여유가 없어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이번에 각오하고 가기로 했다. 다음에 또 올 거냐고? 당연하다. 이 가성비에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야!”

“그림을 몇 번 그려본 적 없지만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가이드 해주시고 도움 주셔서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붓 하나로 공간적 시각적 미를 나타내어 타인과의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 미술과 예술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지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맛있는 음료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네요.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간 손님들의 평가다.

단체 이용객들도 있다. 동아리 활동으로 방문한 사람들인데 이들의 반응도 “매우 만족”이라고 한다. 아크릴화를 처음 접해보지만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객의 요구를 맞춰주는 맞춤형 서비스에 이용객들은 재방문을 약속한다. 시간 내서 혼자 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라며 적극 추천하는 손님들이 많다.

초보자들의 경우 주인이 도안을 프린트해 주면 그 위에 연필로 선을 딴다. 도안에 추가적으로 넣고 싶은 느낌을 담아 스케치를 마무리한 뒤 마음에 드는 색으로 조합하면 ‘나만의 그림’이 완성된다.

언젠가는 나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초등학교 4학 때인가 세모 네모 동그라미를 골고루 섞어 ‘피카소도 울고 갈’ 초현실적 그림을 그려냈는데 어쩐 일인지 선생님이 “잘 그린 그림”이라며 복도에다 전시해 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로 나는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시간에 그림을 그려오란 숙제를 받아도 형식적으로, 마지못해 그려 냈을 뿐이다.

가만있자, 그러고 보니 달그림카페 올라가는 계단이 낯설지 않다. 아, 이곳이었구나. 화가 남부희 교수가 대학을 졸업하고 화실을 냈던 곳이.

그때 돈 없던(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문학청년인 나는 여기에 자주 놀러 왔었다. 소주도, 짜장면도 얻어먹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작은 석유난로 옆에 앉은 내 초상화도 그려줬다. 지금도 그 그림은 잘 보관하고 있다. 스무 살 무렵, 그림속의 나는 세상의 모든 고민을 다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옆 건물 1층엔 수필가 고 이재영 선생이 운영하던 책방이 있었다.

길거리 전시장인 ‘남문 로데오 갤러리’.  (사진=강희수 작가)
길거리 전시장인 ‘남문 로데오 갤러리’. (사진=강희수 작가)

달그림카페는 ‘남문로데오 갤러리’도 관리·운영하고 있다. 강희수 작가는 “문화의 거리 활성화를 위해 작은 노력이나마 보태려고 합니다”라고 말한다. 지금 이곳에서는 박상기 서양화가의 ‘마음의 향기전’(9월 20일까지)이 열리고 있는데 앞으로 수원을 중심으로 화성, 용인 작가 초청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이른바 ‘카페 전성시대’다. 그 가운데서 달그림 드로잉갤러리카페는 내 마음에 꼭 드는 문화 휴식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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