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KT위즈파크. (사진=필자 김우영)
수원 KT위즈파크. (사진=필자 김우영)

올해 수원 야구장에 갈 기회도 몇 번 남지 않았다. 10일 두산베어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수원 KT위즈의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마무리 된다. 겨울을 보내고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하니 아쉬움 때문에 야구장에 자주 간다. 지난 추석 연휴 때에도 두 번 수원 KT위즈파크를 찾았다. 그러나 한번은 입장하지 못했다.

정규리그 우승팀 LG트윈스와의 경기였는데 전 좌석이 매진된 것이다.

다른 경기는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였는데 1차전에서는 2-10으로 대패했다. 몇 번 경기장에서 만나 안면을 튼 내 또래의 사내들이 투수를 비난했다. 볼넷을 무려 7개나 내준 것이어서 그들의 흥분이 이해가 됐다.

투수도 그랬지만 타자들도 상대 투수의 공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다. 만루찬스에서도 점수를 내지 못해 답답했다.

더블헤더 2차전 관람은 포기했다. 돌아오는 길 폭우가 쏟아져 단골 생맥주집으로 가 TV로 경기를 보았다. 이기긴 했어도 답답한 경기력은 마찬가지였다.

KT위즈 타자들 가운데 타율, 타점, 홈런, 도루 5위권에 든 선수는 단 한명도 없다. 투수 다승 순위에 벤자민(2위)과 고영표(5위), 세이브 김재윤(2위) 정도가 끼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KT위즈는 현재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시리즈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올 시즌 초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꼴찌에서 헤매던 팀이 이렇게 위로 치고 올라온 것은 이강철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이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KT 위즈는 2021년 우승, 지난해 4위 성적을 거둔 팀이지만 주전 투수들과 대표 타자들이 잇따라 부상당해 핵심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초반에 9연패, 6연패의 늪에 빠졌음에도 6월이 되면서 KT 위즈의 ‘마법’이 시작됐다. 연패 대신 6연승, 4연승을 연이어 거두면서 꼴찌에서 탈출해 8위, 7위...2위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1위 LG트윈스와는 게임차가 워낙 컸다.

이젠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면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대할만 하다.

지난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이 재연되면 좋겠다. 그때는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장에 가지 못했지만 올해는 기필코 ‘직관’을 할 것이다. 수원KT위즈 광팬에게 예매부탁도 해놓았다.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청년들. 재미있게도 응원하는 팀들이 모두 다르다. (사진=필자 김우영)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야구를 관람하는 청년들. 재미있게도 응원하는 팀들이 모두 다르다. (사진=필자 김우영)

그러고 보니 어느새 나도 KT위즈 광팬이 된 것 같다. 수원KT위즈가 창단되기 전까지 나는 KIA 타이거즈(당시 해태 타이거즈)를 응원했다. 그들의 경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김동엽·김응룡감독과 한국 야구사의 전설로 남을 선동렬, 이종범, 김성한, 한대화, 이순철 등 기라성 같은 선수들이 있었다.

큰 아이가 아기였을 때 아내와 함께 동대문야구장에 가서 MBC청룡-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보러간 적도 있었다. 당시 롯데 투수는 최동원이었는데 홈런을 맞자 오기로 똑 같은 공을 던져 또 다시 홈런을 허용했다. 도깨비 팀이라고 불린 삼미슈퍼스타즈 투수 장명부의 경기를 보러 인천 야구장까지 가기도 했다.

한때 수원에도 야구팀이 있었다. 2007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다. 현대 유니콘스는 창단 3년 만인 1998년을 시작으로 2000년, 2003년, 2004년 등 무려 네 차례나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이처럼 막강한 팀이었지만 수원 홈팬들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임시로 수원을 연고지로 하고 나중에 서울로 옮기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즉 ‘남의 동네팀’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는 수원야구장에 갔다. 박재홍, 박정현, 김경기, 박진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은 장담할 수 없지만 3위와의 게임차도 제법 벌어져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한때는 꼴찌의 대명사였지만 이제는 매년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수원 KT위즈가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심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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