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 전이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사진=김우영)
30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 전이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사진=김우영)

27일 새벽 0시 8분 문자가 왔다.

“10월 30일 월요일 18:30 야구 2장 예매했습니다. 월요일에 봬요^^”

설핏 들었던 잠이 확 깼다. 드디어 나도 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를 직접 볼 수 있게 됐구나. 가슴이 뛰었다.

문자를 보내준 이는 (사)화성연구회 김미래 사무국장이다. 김 국장은 화성연구회 내에서 몇 안 되는 야구광이다. 열렬한 수원kt위즈 팬이다. 남편 직장 때문에 서울로 이사한 뒤에도 수원야구장을 찾아온다. 수원kt위즈의 잠실경기가 열릴 때는 남편과 함께 유니폼을 갖춰 입고 열렬한 응원을 펼친다.

지난 화성연구회 제주도 가을답사 여행 때도 버스좌석에 나와 나란히 앉아 야구 중계를 보며 소리 내 응원하다가 회원들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코리안시리즈(한국시리즈)를 보기 위해 일본에 자주 다니면서 야구광에 된 ㅇ선생을 비롯, 몇몇이 수원에서 버스를 타고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수원 사람들, 예매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현장에 가면 어찌됐든 구할 수 있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갔고 당연히 허탕을 쳤다.

대신 인근 호프집에서 수원행 버스 막차 시간까지 중계방송을 보다가 털레털레 귀가한 기억이 있다.

그 뒤론 맘에 드는 팀이 없어 야구장에 갈 일이 별로 없었다. 신문사 문화체육부장으로서 한 때 현대유니콘스 경기가 열린 수원야구장에 몇 번 갔을 뿐.

그러다가 수원kt위즈가 창단되고 다시 야구장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초기 연속 꼴찌를 할 때도 자주 갔다.

수원kt위즈는 2021년 KBO 리그에서 처음으로 정규 리그 우승을 한 데 이어 그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파죽의 4연승으로 우승까지 이루어냈다. 2021년 통합 우승의 금자탑을 쌓은 것이다. 이는 KBO 리그 출범 이후 ‘신생 팀 최단 기간(8년)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포스트시즌 일정 변경 등으로 인해, 한국시리즈 모든 경기를 고척스카이돔에서 중립 경기로 진행했다. 일정도 그랬고 예매도 어려워서 관람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게임을 TV로만 봤다는 얘기다.

올해 수원kt위즈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수원kt위즈파크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모든 좌석은 예매로만 판매한단다. 내 재주로는 예매에 성공할리 없다. 야구광인 김미래 국장에게 SOS를 쳤다. 내가 원하는 자리는 이미 끝났단다. 새벽에 간신히 스카이존 예매에 성공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30일,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마치고 수원kt위즈파크로 갔다. 1시간 전인데도 야구장 주변엔 사람들이 그득하다. 수원kt위즈 홈팬들 뿐 아니라 상대팀 창원NC 팬들도 많이 보인다.

허긴 어제 저녁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수원FC와 FC서울 경기(수원FC가 3-4로 졌다)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종로근처에서 NC유니폼을 입은 한 무리의 젊은이들을 만났다. 자기들끼리 “창원과 수원이 멀다” “수원에서 잔다”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창원에서 원정 응원 온 친구들인 것 같다.

줄을 서서 천천히 경기장에 들어섰다. 확실히 정규리그 패넌트레이스 경기 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경기 시작 전인데도 열기와 긴장감이 경기장 내에 가득하다.

양 팀은 최고 투수를 선발로 내놓았다. 우리는 올해 패배를 잊은 무패투수 쿠에바스다. 쿠에바스는 올해 6월부터 KBO리그 마운드에 올랐는데도 12승을 올렸다. 승률 100%인데다 평균자책점도 2.60밖에 안된다. 상대팀 NC 투수는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등 투수부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페디다.

두 에이스의 맞대결만으로도 흥미를 끌고 있다.

30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 전이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사진=김우영)
30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 전이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사진=김우영)

경기결과는 창원NC의 승리였다. 수원kt위즈는 NC 투수 페디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반면 쿠에바스는 처참하게 두들겨 맞았다. 9회 말 투아웃에 친 배정대의 만루홈런이 홈팬들의 실망한 마음을 달래줬을 뿐.

다음 경기는 예약하지 못했다. 그래, 됐다. 플레이오프 한 경기만이라도 직관한 것이 어디냐.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하지만 수원kt위즈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 준다면 당연히 현장에서 보고 싶다. 그 기회가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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