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2월 31일 수인선 협궤열차가 운행을 멈췄다. 남아 있는 철로를 이용해 레일바이크를 운행하는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기찻길은 방치됐다. 25년이 지난 후인 2020년에야 ‘수인선 하늘 숲길’ 공원화 사업이 추진됐다. 원래 수인선 수원 구간은 옛 수인선 구간 그대로를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철길을 사이에 두고 지역이 남북으로 지역이 갈리고 소음 등 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주민들의 뜻에 따라 수인선 수원시 구간의 지하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가 1920억원의 시 예산을 투입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수인선이 지하로 들어가면서 상부공간이 공원으로 설계된 것이다.

수인선 하늘숲길 조성 사업은 평동, 고색동, 오목천동 일원의 수인선 상부공간을 자연 친화적 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길이가 3.5km나 되며, 넓이는 10만2997㎡ 규모다. 이팝나무, 왕벚나무, 대왕참나무, 느티나무, 메타세쿼이아, 억새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를 심어 도심 속 숲길을 재현했으며 옛 철로를 활용해 독특한 경관을 연출했다.

또 산책로 곳곳에 쉼터와 소규모 광장 등을 조성했다. 상부공간을 공원화하면서 오목천역 환승주차장 연결통로와 2개소의 보행입체시설도 설치했다. 고색역에 추가출입구를 설치했으며 세류삼각선 자전거도로도 조성했다.

수원시와 화성시 경계에 있는 협궤터널을 정비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어둡고 음침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입구부터 환하게 단장돼 있고 중간의 대피공간은 전철 출입문처럼 꾸며 놓았다. 터널 바닥엔 철로도 남아 있고 중간쯤엔 수원시-화성시 행정구역 경계 표시도 해놓았다. 터널은 국내에 현존하는 유일한 협궤터널이어서 보존가치도 높다.

아직 모든 사업이 완공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많은 산책객들과 자전거동호인들이 수인선 하늘숲길을 이용하고 있다. 주변엔 카페, 생활주택들도 들어서고 있어서 명소화 되고 있다.

기찻길 대신 ‘사람길’ ‘자전거길’로 재탄생된 수인선 하늘숲길을 걸어본 수필가 윤재열 씨는 이런 소감을 남겼다. “길은 동네 역사박물관 느낌이다. 동네 이름의 유래부터 하천이 흐르는 것까지 쉽고 간결하게 기록해 놓았다. 동네의 과거 시간도 허투루 버리지 않고, 유물로 남겨놓았다. 비록 작은 시도지만 이런 것이 도시개발의 모범 사례로 정착할 수 있다”고.

수인선 하늘길은 지역 활성화와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든 좋은 예가 될 것이라는 수원시 관계자의 말이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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