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모의법정에서는 ‘제4회 수원시 시민배심법정’이 열렸다. 코로나19 등의 문제 때문에 8년 만에 다시 열린 시민배심법정은 수원시가 2011년 전국 지방정부 최초로 도입한 제도다.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시민 생활과 밀접한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 제도다. 시민배심법정은 그동안 △2012년 115-4구역 재개발사업 승인 취소 건 △2013년 공동주택 층간소음 예방 및 해결 방안 △2015년 신분당선(정자~광교) 역명 선정 등을 주제로 열렸다. 이후 재개발사업 관련 조례에 추진위 승인 취소 의견조사 및 취소에 관한 규정이 새로 생겼고, ‘광교역’으로 평결한 신분당선 역사의 명칭도 반영됐다.

이번 안건은 ‘공동주택 흡연 갈등 해소방안 모색’이었다. 판정관 최선호 변호사는 “공동주택 내의 흡연문제로 인한 주민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와 관련한 대책은 미흡하다”면서 시민의 상식과 지혜를 모아 해법을 제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시민배심법정에서도 드러났지만 흡연으로 인한 갈등은 심각하다. 공동주택에서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국회의원(국토교통위, 김포시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간접흡연 민원 접수 건수는 2019년 2만5309건이었는데 지난해엔 3만5148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 6월까지 접수된 민원 건수만 해도 2만148건이나 됐다. 정부의 공동주택흡연 방지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날 시민법정에서 제기된 피신청인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었다. “흡연자라는 사실만으로 ‘가해자’로 비치는 현실이 안타깝다. 흡연자의 흡연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간접흡연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흡연자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내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는 한 배심원의 소감도 인상 깊었다.

시민법정은 청구된 내용 가운데 3건을 시정에 반영하라고 평결했다. 흡연자 인식 개선과 금연문화 조성을 위한 홍보·캠페인을 시행하고, 소통의 부재로 심화하는 흡연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공동주택 공동체 활성화 우수사례 선정·운영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라는 것이다. 간접흡연 예방·조정·교육 등을 위한 아파트 자치조직 활동 가이드라인도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물론 이날 평결 내용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하지만 수원시는 평결 결과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다양한 주장이 오가는 소통의 장인 시민법정에서 공동주택 흡연문제가 다뤄진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다음번 시민법정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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