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기도도당굿이 수원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렸다고 한다. 아쉽게도 사전에 소식을 듣지 못해서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지난 가을 거북산당 도당굿을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제대로 된 굿판을 본 건 참 오랜만이다. 민속연구자인 하주성 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는 1년에 한 두 차례씩 지동에 사는 안택굿 명인 고성주 씨의 굿판에 가서 어울리곤 했는데 이젠 발길이 뜸해졌다.

북산당 도당굿을 보면서도 하주성 씨가 생각났다. 그가 살아 있다면 자기 집 잔칫날처럼 휘젓고 다니며 사진을 찍고 취재를 했을텐데.

그는 전국의 사찰 등 문화재를 직접 답사하면서 많은 글을 써서 발표했다. 무속에 대한 애정도 높았다. 우리나라 무속의 계보를 줄줄이 꿰고 있으면서 큰 굿판의 사회도 마다하지 않았다.

영동 거북산당에서 열린 도당굿. (사진=김우영)
영동 거북산당에서 열린 도당굿. (사진=김우영)

도당굿은 부정청배, 선부정, 도당 모셔들이기, 돌돌이, 장문잡기, 시루굿, 제석굿, 손굿, 신장대감굿, 군웅굿, 뒷전 등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됐다.

그런데 구경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수자와 전수자, 화랭이, 악사 들이 더 많았다. 길을 막고 뭐 하는 짓이냐고 투덜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기분이 참 씁쓸했다. 모든 사람 잘되라고 하는 것인데 박수는 못 쳐줄망정 비난이라니.

승경숙 (사)국가무형문화재 경기도도당굿보존회장은 “예전에는 시장 상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이 굿을 보기 위해 많이 왔는데 지금은 관심이 없어 섭섭하다”면서도 “모두들 어렵고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이 즐거워질 수 있도록 원을 세우고 정성을 다해 빌겠다”고 말했다.

거북산당은 영동시장 내에 있다. 지번으로는 팔달구 영동 43-2 번지다. 하주성 씨는 “거북산당은 18세기 말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거북산당의 역사도 200여년이 지난 것으로 보이는데 영동 거북산당은 화성 축성 이전부터 이미 그곳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 거북산당이 자리한 앞쪽으로는 나지막한 '거북산'이라는 산이 있어 그 명칭을 거북산당으로 불리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나도 거북산당과 오수복 선생에 대한 글을 수원문화원 지역문화연구소가 발행한 단행본에 쓴 적이 있다.

‘생전에 오수복 선생이 주무로 활동하던 곳이 수원시 향토유적 영동 거북산당이다. 일제 강점기 이전에 이곳에 ‘거북산’이라는 동산이 있어 거북산당이라고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이 동산 동쪽엔 수원천이 흐르고 있는데 거북산 인근 수원천을 구천(亀川)이라고 하고 이 인근 마을은 구천동(亀川洞)이다. 거북 구(亀)자를 쓰는건 이 산이 거북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하는데 이견도 있다. 이 부근의 수원천이 구부러져 휘어져 흐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부러지다’가 ‘거북’으로 변화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천 아래 구간 수원천은 유천(柳川)인데 곧게 ‘뻗은’이 ‘벋은’이 됐다가 ‘버들(柳)’이 됐다는 것이다.’

거북산당은 구천동의 마을 제당으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던 곳이었으나 뒤에 영동시장이 형성되고 나서 시장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도당으로 변화됐다고 한다.

재인청 이종하의 삼남인 이용우가 생존 시 거북산당 도당굿을 주관했고 그 후 경기도당굿의 예능보유자(국가 무형문화재)인 고 오수복 선생이 생전에 거북산당 도당굿의 주무로 활동하기도 했다.

오수복 선셍은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도당굿 무녀(미지) 부문의 예능보유자로서 2011년 88세의 나이에 타계했다.

거북산당 도당굿 장면. (사진=김우영)
거북산당 도당굿 장면. (사진=김우영)

이 거북산당은 영동시장의 화재를 진압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무속인과 상인들의 말이다. 실제로 도당굿이 중단되자 영동시장에 큰 불이 난적도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오수복 선생은 생전에 기독교 신자가 상인회 회장이 되고 나서 도당굿이 중단된 후 불이 난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오지 말라고 한지가 벌써 9년인가 10년이 됐어요. 그랬더니 불나고 난리 났었잖아. 그래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고 바깥에서 조금씩 걷어가지고 음력 시월 초이레 날 고사지내고 빌었지. 그거 해야 돼요. 여기가 조종이여. 수원에서 저거 잘못했다가는 큰일 나. 그래서 수원에서 폭우도 안 오고 이만큼 꾸려가는 것을 다행으로 알라 그랬어. 거북당 훼손하지 말라고 그런 거여.”

따라서 거북산당의 도당굿을 영동시장에서 오래도록 주관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국가무형문화재 경기도도당굿보존회가 주관하고 있다. 들으니 도당굿 예산도 무척 빠듯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거북산당 내부. (사진=김우영)
거북산당 내부. (사진=김우영)

도당굿은 국가에서 인정한 무형문화재다.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보존할 가치가 매우 뛰어난 민속이자 예능인 것이다.

시장 상인들 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수원과 경기도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도당굿과 거북산당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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