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하루 남았다. 해가 바뀐다는 것은 살아갈 날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맘 때면 떠오르는 말이 있다. 

“일에 열중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살아간다면, 사람들의 나이가 반드시 늙어 가는 것만을 뜻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그렇지 못하다. 삶에 치여서다. 매년 연말만 되면 다시 생각나지만 처음 듣는 말처럼 낯설다.

오늘 이 시간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며, ‘어제 죽어간 어떤 사람이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라는 말처럼 올 한 해 진정으로 살아본 날이 얼마나 될까? 

하루 하루가 소중한 날들이었지만 무의미하게 보낸 날들은 또 얼마나 허다했나. 때문에 많은 시간이 허비되고 의미 없이 조각나버렸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 했는데 여세부침(與世浮沈) 했으니 말이다.

1년 동안 나 자신이 한 역할에 대해서도 되돌아 본다. 가정을 위해 사회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자신의 역할은 제대로 못하면서 남은 비하하지 않았나. 

상대방의 실패를 은밀히 즐기며 잘 되면 배 아파 하는 속물근성으로 올 한해를 살지는 않았나 등등. 반추해보니 후회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그렇지만 마냥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고 탓할 수만은 없다. 또 과거의 상념에 사로 잡혀 절망하며 미래를 헛되게 해서도 안된다. 

“절망하지 말라. 비록 그대의 모든 형편이 절망할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말라. 이미 일이 끝장난 듯싶어도 결국은 또다시 새로운 힘이 생기게 된다”고 한 프란츠 카프카의 말처럼 잘못을 떨쳐버리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다면 31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한해의 마지막 전날이다. 강물처럼 흘러가 버린 시간을 뒤로하고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날, 그 끝에 서서 1년 동안을 되돌아 본다. 모든 일에 있어서 과이불개 (過而不改)함도 반성한다.

일년의 끝 날과 새 날이 바뀌는 내일(31일) 자정, 제야의 종소리를 듣게 된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는다는 의미다. 

다사다난(多事多難). 예년과 다름없이 올해도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과거는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2024년을 맞이하자. 승천(昇天)의 기운을 가득 품은 '청룡의 해' 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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