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 3시쯤인가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아우 ㅇ이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수원에 나온 김에 한잔 하자는 것이다.

요즘 그의 형편을 아는지라 두말 않고 집을 나섰다. 난 원래 낮술을 하지 않는다. 허연 대낮에 낯이 붉어져 돌아다니는 할 일 없어 보이는 중늙은이로 비춰지기 싫어서이고, 그 술자리가 대부분 밤늦게까지 이어져 과음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날 일에도 영향이 미친다.

피할 수 없는 낮술자리도 있긴 하다. 그 날이 바로 그런 날이다. 신세한탄을 들어주고 조언과 격려를 해줘야 하는 자리다.

벌써 절반쯤 취해서 온 아우는 생맥주 몇 잔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혀가 풀린다. 다리도 휘청거린다. 오냐, 내 그 심정 알지. 그러나 더 이상은 안 된다.

술자리를 접고 택시를 잡아 화성시에 있는 집까지 태워다줬다.

그런데 문제는 나다. 데려다 주고 나니 날은 어두워졌는데 ‘한 잔 더’ 생각이 간절하다. 수원으로 돌아온 나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수원역 앞에 있는 네팔·인도음식점 카삼으로 향했다, 이 음식점은 네팔에서 온 라이라는 친구가 운영하는 곳으로 가끔 네팔음식을 안주로 생맥주를 마시러 가는 곳이다.

적당히 마신 후 버스를 탔다. 버스가 중동오거리 못 미쳤을 무렵 갑자기 뒤편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람이 쓰러졌고 머리에서 피가 난다는 것이다. 아마도 넘어지면서 모퉁이에 부딪힌 것 같다.

피는 흥건하게 흐르고 환자는 의식이 없다. 당황해서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느냐고 소리 질렀다. 나도 한 번 연습을 해 본 적이 있지만 취중이라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한 승객이 침착하게 가슴을 압박하는 심장마사지를 시작했고 젊은 운전기사도 합세해 입으로 숨을 불어넣는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119에 응급 구호요청도 했다. 다행히 의식이 돌아오는지 몸이 반응했다. 승객들은 “됐다 숨이 돌아왔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곧바로 119 구조대가 도착했고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발 그 승객이 무사하기를 빈다. 아울러 내 일처럼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해준 승객과 주저 없이 인공호흡을 한 운전기사가 고맙다. 마음속으로나마 박수를 보냈다.

사람을 살리는 현장을 본 뒤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는 시민들. (사진=수원시포토뱅크)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는 시민들. (사진=수원시포토뱅크)

수원특례시는 올해 심폐소생술 시민 교육을 실시, 2만2677명이 새빛안전지킴이 교육을 이수했다고 밝혔다. 위기 상황 발생 시 시민의 재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이다.

시는 오는 2026년까지 인구의 5% 수준인 6만2500명 이상을 새빛안전지킴이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교육은 상황별 안전 교육과 응급조치법, 심폐소생술 실습과 자동심장충격기 사용법 등을 주로 다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수원시민회관과 수원시 교통안전교육장에 상설교육장이 있다. 개인이나 단체가 신청하면 찾아가서 교육을 시켜주기도 한단다.

심폐소생술은 가족과 이웃을 살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내가 위급한 경우를 당했을 때 역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올해에도 교육을 확대해 1만8000명 이상의 심폐소생술 가능자를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심폐소생술은 이제 누구나 배워야 하는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이라는 시 관계자의 말에 동의한다. 올해는 나도 정식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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