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화성시 양감면에 위치한 한 업체의 위험물 및 유해화학물질 보관소에서 화재가 발생, 유해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화성시 관리천과 평택시의 진위천 생태계가 크게 파괴됐다. 관리천은 화성시 정남면·향남읍·양감면을 지나 평택시 청북읍·오성면을 거쳐 국가하천인 진위천에 합류하는 하천이다. 농가들은 이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현장사진을 보면 끔찍하다. 물감을 푼 듯 짙은 남색으로 변한 하천에는 죽은 물고기들이 둥둥 떠다니고 백로가 이를 먹는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이번에 하천으로 유출된 물질은 유독성이 있는 에틸렌다아민(ethylenediamine)으로 추정된다. 에틸렌다이아민은 표백제, 섬유처리제, 합성수지 등의 원료로도 사용된다. 부식성이 있으며 화상을 입힐 수 있다. 독성이 있어 체내에 흡수되었을 때 알레르기 반응과 피부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점액질 막을 파괴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에 환경부는 11일 수질오염 확산 방지를 위해 화학사고 위기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12일엔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 오염수 사고 방재 현장을 점검하고 화성시 측에 동원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화성시 역시 신속하게 대처했다. 시는 즉각 대규모 수질오염사고 관련 위기 경보 '경계'를 발령했다. 방제 둑을 설치하고 오염수 수거 차량을 총동원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등 유해 물질의 확산을 막고 있다. 주‧야간 상시 순찰기동반도 구성해 응급복구 현장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평택시 역시 오염수 유입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하고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미 많은 양의 오염수가 하천을 타고 흘러가 하천 생태계가 크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위험물질 저장소는 평소에 안전하게 관리돼야 한다.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참사가 지난 2015년 8월 중국 톈진(天津)항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초대형 폭발사고다. 당시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6일 텐진 폭발사고로 소방관 등 2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창고는 설립 당시에 일반 자재를 보관하는 단순 창고로 허가 받았으나 사고 발생 전 서둘러 유독 화학물질 취급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간격과 적재총량 등에 관한 규정을 대거 위반했다는 것이다.

위험물질 저장소에 대한 관리·감독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안전점검이 겉핥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지만 또 다시 잃기 전에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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