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복 전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사진=경기도)
임수복 전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사진=경기도)

수원화성 복원의 최대 공로자는 이병희 전 제1무임소장관이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킨 인물은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화성복원의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임수복 전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이다.

박정희 정권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폐허가 된 국방유적 복원사업에 중점을 두었다. 당시 문화재 사업의 초점은 ‘호국문화유적’ 복원사업에 맞춰져 있었다. 

이 때 추진된 사업은 이순신 장군 유적과 진주성 복원사업, 낙성대, 제승당, 칠백의총, 충장사, 윤봉길 의사 유적, 행주산성, 강화전적지, 남한산성, 한양도성, 고창읍성, 홍주산성, 해미읍성, 문경관문 등이다. 

수원 출신 이병희 국회의원 겸 제1무임소 장관은 당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문화재 복원사업에 수원성곽 복원사업을 포함시키기 위해서 고심을 거듭했다. 

가칭 화산대효원종합계획 보고서(경기도, 1973. 11. 자료=화성박물관).
가칭 화산대효원종합계획 보고서(경기도, 1973. 11. 자료=화성박물관).

그리고 임수복 사무관(전 경기도지사 직무대행)에게 지시를 내렸다.

“임 사무관은 수원화성에 대한 역사공부를 철저히 하여 수원화성 복원 사업이 국방유적 복원사업에 포함되도록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이에 임수복은 역사학자인 김병모 교수(현 고려문화재연구원장), 최영희 박사(전 국사편찬위원장)의 자문과 수원의 향토사학자인 안익승 씨 등과 함께 2개월여에 걸친 현장조사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화산대효원종합계획(花山大孝園綜合計劃)’이라는 원대한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 계획의 목적문은 “문예부흥기 정조대왕의 효사상이 집약된 융·건릉, 용주사 및 수원 일대에 산재한 문화재의 효역화(孝域化)를 통하여, 관광자원화 함으로써 민족고유의 효사상을 고취하고, 물질문명의 부산물인 퇴폐풍조를 새 시대에 알 맞는 윤리도덕관을 확립하여 애국애족 사상을 제고(提高)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적었다. 

1973년 11월 김종필 국무총리는 ‘화산대효원종합계획’서를 본 후 “문공부 장관은 종합계획을 세워서 보고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문화공보부장관은 ‘수원성곽 복원정화공사’ 세부계획을 세워 박정희 대통령에게 종합보고서를 올렸다.

그해 12월 드디어 ‘수원성곽 복원정화공사’가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裁可)를 얻게 되면서 시행 준비에 들어갔다. 수원성곽 복원정화공사 추진은 문화재관리국의 주관 하에 제1무임소 장관실과 경기도, 수원시의 긴밀한 협조 체계로 실시됐다.

1975년 6월 7일 장안문에서 김종필 국무총리, 조병규 경기도지사, 이병희 국회의원, 이재덕 수원시장과 많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가졌고 착공 4년 3개월 만인 1979년 9월에 공사가 마무리됐다. 

그리고 1997년 12월 6일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는 1973년에 수립한 ‘화산대효원종합계획’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쾌거다. 

이 방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드러내지 않은 채 묵묵히 뒤에서 불철주야 노력한 사람들 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임수복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임수복은 “효심으로 이룩한 화산의 융·건릉과 수원화성의 복원은 지역의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임은 물론, 수원시와 화성군의 귀중한 역사 관광자원을 먹거리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국방유적 복원사업’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을 갖고 추진했다”고 토로했다. 

한편 임수복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재직기간동안 수원 지역의 현안사항 해결을 위해서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전경. (사진=김충영 필자)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전경. (사진=김충영 필자)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되자 중소기업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체계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경기도는 수원시 이의동 산111-8번지 일원 3만246평의 부지에 연건평 2만5402평의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건립을 수립하게 된다. 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가 수원에 자리 잡으면서 중소기업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된다.

▷경기도의 만성적인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수원지역 교통난 해소를 위해 1992년 개통된 의왕~과천간도로의 과천~우면산 구간 병목현상 개선을 위해  558억원을 투입하여 수원 등 북부지역 교통난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 전경.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수원 월드컵경기장 전경.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1997년 12월 29일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경기 수원유치가 최종 확정됐다. 

월드컵축구경기장 건설은 총 3107억원이 소요됐다. 토지보상은 수원시가 부담하고, 공사는 삼성이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1997년 12월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되자 삼성은 공사비 부담이 어렵다는 이유로 투자된 토목공사비 280억원을 끝으로 투자 중단을 통보해왔다. 경기도와 수원시는 월드컵경기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사업비를 60:40으로 부담하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국비 440억원, 삼성부담 280억원을 제외하고 잔여공사비의 60%인 1430억원은 경기도가, 40%인 957억원은 수원시가 부담해 축구경기장을 완공함으로써 월드컵 축구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1998년 3월 5일 화성행궁 봉수당 준공행사가 개최됐다. 임수복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은 ‘봉수당’ 준공식 축사에서 "화성행궁 철거는 우리 민족문화를 말살하려는 일제의 간악한 정책이었다"며 "수원의료원 신축을 백지화하고 4년여 만에 ‘화성행궁 봉수당’을 복원함으로써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 ‘효’의 산교육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임수복은 25년 전인 1973년 ‘화산대효원종합계획’을 ‘국방유적복원사업’에 포함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고심했던 기억을 상기하며 봉수당 복원을 위해 노력한 심재덕 수원시장과 김동휘 화성행궁복원 추진 위원장 등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밖에도 임 도지사 권한대행은 재임시절 경기도의 문화부문 등의 발전을 위해 경기문화재단 창립과 경기지방공사 창립, 경기도립 팝스오케스트라 창단, 도립국악당건립, 수원민자역사 추진, 경기방송 유치 등을 위해 힘써 경기도가 명실 공히 전국 제1의 광역지자체로 성장하는데 기초를 닦았다.

 

임수복 전 경기도지사 직무대행은?

1943년 수원시 곡반정동 임씨 집성촌인 온수골에서 태어났다. 세류초등학교와 수원북중을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 중동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ROTC장교로 임관해 중위로 예편했다. 1968년 무임소장관실 사무관에 임명돼 이병희 국회의원/무임소장관을 보좌했다.

무임소장관실 근무를 시작으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경기도 하남시장, 군포시장, 광명시장을 거쳐 내무부 감사관, 국무총리실 제4행정조정실 심의관,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했다. 

1997년 9월 18일 이인제 도지사가 대통령선거 출마로 사임하면서 잔여 임기가 1년이 안됨에 따라 임수복 행정부지사가 1998년 6월 30일까지 10개월간 경기도지사 권한대행을 수행했다.

공직에서 퇴임 후에는 연세대 초빙교수, 한국지방자치단체 국제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2014년 출범한 (사)한국실버경찰봉사대 중앙회장직을 맡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한국실버경찰봉사대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60세 이상의 직장은퇴자로 구성돼 인천.경기도를 중심으로 3000여 명이 대한민국의 생활안전을 지키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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