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화성시 서신면 당성 망해루에서 '원효성사 깨달음의 길 조성을 위한 고유제'가 열렸다. 화성지역학연구소가 주최하고 화성미래연구소, 화성문화원, 마도면주민자치회, 서신면주민자치회 등이 후원한 이 행사에는 관련 단체 뿐 아니라 지역사와 원효성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참여해 마음을 모았다.

27일 화성시 당성에서 열린 고유제. (사진=수원일보)
27일 화성시 당성에서 열린 고유제. (사진=수원일보)

나는 하루 전인 26일 고유제 소식을 접했다. 그날은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회 겸 정기총회가 있는 날이었다. 그 자리에서 만난 이경렬 시인이 화성시 당성에서 원효성사 깨달음의 길 조성을 위한 고유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경기시조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렬 시인은 지난해 한국시학상 본상을 수상한 중견시인이자 정찬모 소장과 함께 화성지역학연구소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다.

수원 수성고 1년 선배인 그와는 젊은 시절 어지간히 붙어 다니면서 술도 많이 마셨다. 내가 문인단체에 안 나가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한동안 볼 수 없었는데 화성에서 지역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원효성사의 발자취를 찾아 다녔다는 말을 듣고 그를 다시 보게 됐다.

화성지역학연구소 상임위원으로서 8년 넘게 위원들과 함께 수십 번 백곡리 일대를 샅샅이 살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경주에서 화성까지 잇는 당은포로를 답사하고, 전국의 107개의 원효 관련사찰을 직접 찾아가서 자료를 수집했다니 진정으로 원효에 미친 사람이 아닌가.

화성미래연구소 김충영 소장과 함께 고유제에 참석했다. 길눈이 어두워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했지만 화성지역학연구소 관계자들은 우리를 기다려주었다.

정찬모소장이 술잔과 초헌 예를 올렸다. 김민흡 위원이 읽은 고유 축문을 통해 지난해 원효성사 오도처가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 고분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면서 “원효성사께서 말씀하신 일체유심조라는 귀중한 말씀을 새기며 부산에서부터 화성의 염불산까지의 실크로드 길을 원효성사의 깨달음의 길로 조성하기 위한 원년으로 시작”하겠다고 고(告)했다.

고유제 축문.
고유제 축문.

나도 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천지신명께 이들의 소원을 기쁘게 받아들여주시길 기원했다.

아무렴, 뜻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지역의 역사와 겨레의 정신문화를 선양하기 위해 한 점의 사리사욕도 없이 연구하고 답사하는 이들의 소원을 천지신명과 원효성사께서는 반드시 들어주시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원 이루게 해주소서” 나도 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사진=수원일보)
“소원 이루게 해주소서” 나도 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사진=수원일보)

나는 지난해 한 지역 신문에 ‘산티아고 부럽지 않은 ‘원효성사 순례길’ 만들자‘라는 사설을 썼다.

‘화성지역학연구소와 화성미래연구소 등은 원효성사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가 화성시 마도면 백곡리라는 굳건한 믿음을 갖고 있다. 평택시에서 오도처를 평택 수도사라고 발표했고 예산을 들여 원효체험관까지 건립했지만 화성시 백곡리가 확실하다며 여러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화성시지역사 연구자들은 ‘송고승전(宋高僧傳)’의 기록 중 ‘본국 해문당주계(本國 海門唐州界)는 현재 당성(唐城) 부근이라고 못 박았다. ‘(의상이)원효법사와 뜻을 같이 하여 서유(西遊)했다. 본국 해문당주계 (本國 海門唐州界)에 이르러 큰 배를 구해 창파를 건너려 했다. 갑자기 도중에 심한 폭우를 만나...곧 길 곁 토감(土龕:땅막, 흙막) 사이에 의지해 은신했다’는 기록의 당주는 오늘날 경기도 화성 당성 일대이며 백곡리 백제고분 옆의 ‘해문리’는 백곡리 백제고분군이 있는 산을 뒤로 끼고 있는 마을로서 보통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서 전국에 단 1곳의 지명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화성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원효대사에 관심을 갖기를 촉구했다.

“원효사상은 대단히 소중한 정신문화이다. 원효의 깨달음의 장소인 오도처를 제대로 알림으로써 화성시가 한국 불교 정신문화의 메카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는 정찬모 소장의 주장은 지극히 옳다.

화성시는 원효성사를 미래 먹거리로 삼아야 한다. 전국 1000만여 불교신자와 성직자가 방문하는 불교성지를 만드는 것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부럽지 않은 ‘원효성사 순례길’을 만들 수 있다.

원효 성지로 조성되면 화성시 서부 지역도 활기를 찾게 될 것이다.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질 것이다.

고유제가 끝난 뒤 몇몇 사람에게 서신면 당성 인근과 마도면 백곡리 고분군 근처에 땅을 사두라는 농담을 했다. 그런데 그게 농담만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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