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가 고충환은 김보중 회화에 대해 이렇게 서술한다.

"그렇게 작가는 <숲의 순례자>를 그린다. 숲이라고는 했지만, 그 숲은 어쩌면 진정한 숲이라고는 할 수가 없다. 도시의 공원에 기생하는 숲이고, 도시의 변방에 이식된 숲이다. 진정한 숲이 아니면서 숲으로서의 의미와 기능을 떠맡은 임시적인 숲이고, 그러므로 어쩌면 불구의 숲이다. 그런 만큼 그 숲의 순례가 온전할 리가 없다. 덩달아 그 숲의 순례자 역시 순례가 무색할 정도로 그 태도가 어중간하다. 숲에서 발가벗는 행위가 자연에 동화되고 귀의하는 것으로서보다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불안하고 불안정해 보인다. 그러므로 작가는 도시 변방을 기웃거리는 의심스러운 순례자의 초상을 통해 현대인의 어중간한, 불안하고 불안정한 정체성을 그리고, 현대인의 부유하는 정체성을 표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그러므로 작가에게 숲의 순례자는 사실은 순례할 숲을 잃어버린 도시의 순례자이며 변방의 순례자이다. 그렇게 작가는 심지어 숲을 그리고 자연을 그릴 때조차 결코 도시를 떠나본 적이 없다. 도시를 떠날 수가 없다. 도대체 누가 도시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가. 의식에서마저 도시를 지울 수가 있는가. 

그렇게 도시의 변방에 붙잡힌 삶을 사는 의심스러운 순례자의 불안정한, 부유하는 정체성이 또 다른 시리즈 그림인 <흐르는 거주지>의 형태로 변주되고 확대 재생산된다. 주로 낯선 느낌의 놀이터를 소재로 한 <분당 야경>이 그렇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골목길을 소재로 한 <흐르는 거주지, 부산>이 그렇고, 철거될 운명의, 실제로도 철거된 오래된 아파트를 소재로 한 <흐르는 거주지, 서울>이 그렇고, <그냥 노는 땅>이 그렇다. 그러므로 어쩌면 작가는 본격적으로 자연에 속한 자연생태로서보다는 대개의 현대인이 그렇듯 도시와 자연 사이에서 어정쩡한,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성을 얻고 보편성을 얻는, 도시생태를 예시해주고 있는 경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김보중 화가.
김보중 화가.

미술평론가 백지숙은 "거주지 유랑기'에서 「제장마을 숲- 자화상」에서, 그러니까, 김보중-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산 정상에 올라, 안개가 휘감고 있는 저 아래 풍경을 고고히 바라보는 방랑자가 아니다. 그는 숲속 나무들 사이를 꿰뚫고 동네를 탐사하며 건물들을 살피는데, 그러는 동안, 발과 지팡이도 쉬지 않는다. 내려다보는 대신, 때때로, 그는 올려다본다. 그리고 산동네 자락에서 하늘로 까마득히 이어지는 좁은 계단 끝, 소실점을 삼켜 버리는 바로 그 곳에, 정상 말고 옥상을 놓는다. 그는 방랑이 아니라 거주를, 아니, 여기 거주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나그네와 유랑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임을 그린다. 이번 개인전에서 그는 그런 거주지에 관한 묘사와 규범의 회화를 제시하고 있다."    

나무화랑 대표 김진하는 '무심풍경'이라는 글에서 "그 아파트는 낡았다. 서울하고도 개포동. 소위 강남이지만 닥지닥지 붙은 작은 평수,베란다에 널어 놓은 빨래와 이불, 삶의 때등이 오랜 세월로 쇠락한 아파트임을 쉽게 감지할 수 있게 해준다.김보중이 살고 있는 동네이자 그의 대표작 풍경무심에 등장하는 현장이다. 따사로운 양광 속에 궁핍한 건물과 승용차와 집집마다의 이불 빨래등이 번다한 도시이면의 속살을 한가하고 무심하게 보여준다."

김보중의 그림은 한마디로 자연 속에 홀로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하는 여유와 평온 속에서 오히려 생생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안도한다. 가끔 노스탤지어처럼 풍겨오는 그의 고향 영월을 떠올리며 아름다운 자연에 젖어 아파트라는 도시이미지와 오버랩시키는 것이다.

자연속에 자신의 발가벗은 뒷모습, 자연의 풍요의 여신이 숲속에 신선한 기운을 넘겨준다. 아파트라는 도심이미지도 결국에는 자연의 한 일부라는 것은 자명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초자연의 신기루같은 풍광을 과감히 연출하고픈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거푸집같은 뼈다구 삶이 때론 거추장스러울지 모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삶의 거처다. 그럼에도 평온하지 못한 삶의 문턱은 늘 우리를 혼돈스럽게만 한다.

우리가 살아 온 것도 앞으로 가야 할 미래도 마냥 불투명하다. 

그러나 지구상에 아직 살아가야 할 땅은 결코 메마르지 않다. 숨쉴 수 있는 지구라는 터전은 그래도 아직 살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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