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OK’  포스터.
‘THE BOOK’  포스터.

외국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연 작품은 ‘난타’다. 1997년 초연 이후 지난해 6월까지 ‘난타’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 관객은 약 115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래서 ‘K 공연관광’이라는 말도 나왔다.

이 같은 인기에 국내는 물론 세계 순회공연도 성공적으로 실시했다. 2023년 6월까지 난타를 공연한 나라는 60개국, 도시는 32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난타의 성공요인은 사물놀이라는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송승환 감독은 지난해 6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K컬처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아지고 있고 한국에 와서 그걸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공연”이라고 말했다.

송 감독의 말에 적극 공감했다.

코믹 무예극 ‘점프’도 큰 인기를 끌었다. 무술 가족 집안에 도둑이 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뤘다. 태권도와 태껸, 곡예에 가까운 묘기가 역동적으로 펼쳐지는데 여기에 코믹적인 요소가 가미돼 관객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나는 오래 전부터 수원에도 이런 상설공연 작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정조대왕의 개혁정신과 효, 특히 무예24기를 주제로 한 공연물이 수원에서 상설 상연된다면 시민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원을 찾아오는 단체 관광객 대부분은 화성과 화성행궁에만 잠시 들렀다 다른 지역으로 가버린다. 그들을 체류하게 할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은 혼자, 또는 가족이나 연인끼리 자유여행을 하는 관광객이 많이 눈에 띈다. 이들은 통닭거리에서, 지동순대타운에서, 또는 행궁동 골목에서 마음에 드는 카페나 퓨전음식점들을 찾아다니며 즐긴다.

이처럼 단체 관광객이나 자유여행객들을 수원에 하루라도 묵어가게 하려면 밤에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먹을거리가 풍성해야 한다. 수원천변이나 팔달문시장에 야시장을 펼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쉬웠던 차에 수원시립공연단의 무예창작 뮤지컬 ‘THE BOOK’ 공연이 다시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해 9월 화성행궁광장 옆에 개관한 정조테마공연장에서 11월 11일, 12일 이틀간 공연했다.

그러나 나는 공연을 보지 못했다. 공연소식은 알고 있었으나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동안 수원시립공연단의 공연에 실망한 탓도 크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좀 달랐나보다. 관람객들의 호평이 들렸다.

“공연은 기대 이상이었다. 현대와 역사 속을 오가는 흥미와 재미를 다 갖춘 스토리! 화려한 조명부터 무대효과, 음향까지 모두 완벽. 다만 가사전달이 잘 되지 않은 건 살짝 아쉬웠다. 수원에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에 뿌듯했다”는 것이 한 누리꾼의 공연 후기다.

올해 다시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해 개관한 정조테마공연장에서 3월 9일부터 4월 28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에 정기적으로 상연한다는 것이다. 하반기에도 10회 상연이 예정돼 있단다. 이번엔 반드시 보리라 다짐했다.

‘THE BOOK’은 수원화성과 정조대왕, 장용영과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 등을 소재로 창작한 무예 뮤지컬이다. 연극배우들과 함께 무예24기 공연단 무사들이 출연해 실감나는 무예동작을 보여준다.

정조대왕이 조선의 무예를 집대성하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던 어느 날, 무예서가 도난당한다. 사라진 무예서 ‘무예도보통지’는 21세기 수원화성에서 발견된다. 무예서를 좇아 과거로부터 건너온 호위무사와 유튜브 콘텐츠 촬영을 위해 수원화성에 있던 아이들이 타임슬립을 통해 조선시대로 되돌아가 빼앗긴 무예서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이 줄거리다.

‘무예도보통지’는 18세기 동양 삼국의 무예를 총망라, 조선의 현실에 맞게 새로이 편찬한 무예종합서다.

이 책엔 도(刀), 검(劒), 창(槍), 곤(棍), 맨손 무예인 권법(拳法), 기병들이 익힌 마상무예(馬上武藝) 등 스물네 가지의 군사 무예 ‘무예24기(武藝24技)’를 그림과 해설을 통해 설명했다. 우리민족 군사 무예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무예24기는 동양 삼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국왕의 명으로 집대성한 무예로써 인류문화유산적 가치를 품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을 지켰던 군사들이 익혔던 장용영 무예가 바로 무예24기다.

현재 수원시립공연단 무예24기 시범단이 봄부터 늦가을까지 매일 수원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무예24기 시범 상설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무예24기가 수록돼 있는 ‘무예도보통지’를 주제로 한 ‘THE BOOK’이 많은 관광객이 관람하는 명품관광콘텐츠로 거듭나면 좋겠다. 그리하여 수원을 대표하는 브랜드 공연이 되길 바란다.

연출을 맡은 권호성 예술감독도 “이번 무예극이 수원을 대표하는 공연이자 관광상품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연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힌 만큼 완벽한 작품이 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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